[하얀 손님] 중학교 국어교사 천지영의 첫 소설

환경과건강 만화방/책방/영화방/갤러리/도표
홈 > 정보마당 > 환경과건강 만화방/책방/영화방/도표
환경과건강 만화방/책방/영화방/도표

[하얀 손님] 중학교 국어교사 천지영의 첫 소설

관리자 0 28

e78538d24d02474387df3f84f9c3aa37_1780787752_5458.jpeg
 

천지영의 연작소설 『하얀 손님』은 2011년에 일어났던 ‘가습기살균제참사 사건’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고 있다. 


이야기1. 커리어우먼으로 승승장구하던 중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가진 젊은 여성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건강과 커리어와 사랑 모두를 잃게 되는 이야기(「하얀 손님」), 


이야기2. 아내에게 닥쳐온 예기치 못한 비극을 감당 못해 알코올 중독에 빠져 인생을 포기하기에 이른 어떤 남자의 이야기(「갈망」), 


이야기3. 한 양심적인 의사에 의해 원인 모를 바이러스성 괴질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임이 밝혀지는 이야기(「검은 행진」), 


이야기4. 진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책임이 있는 한 권위 있는 독성학자가 자본에 매수당해 자신의 양심을 팔아넘기는 이야기(「청부 과학자」), 


이야기5. 2006년에는 인턴으로, 2011년에는 전문의로 연속하여 어린 환자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목격하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는 한 의사의 이야기(「목격자」), 


이야기6.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아내를 잃고 아내가 남긴 어린 아들과 살아가야 하는 한 남자의 기억 속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너와 함께」), 


이야기7. 아직 이도 나지 않은 어린 아들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젊은 부부의 이야기(「냉동 두부」), 


이야기8. 가습기살균제참사특조위 활동에 참여한 환경단체 활동가의 고뇌와 무력감을 통해 진상규명과 피해자 구제활동의 난관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활동가」), 


이야기9. 마지막으로 피해자 가족의 자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 투쟁가의 자리로 옮겨간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문학적 서사로 재현하고자 하는 한 작가의 이야기(「항의 행동」).


이 아홉 편의 작품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는 중심 사건을 공유하면서 인물들과 스토리 라인에서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 작품 「하얀 손님」과 여섯번째 작품 「너와 함께」, 아홉번째 작품 「항의 행동」은 가습기 살균체 피해로 폐 이식까지 받았으나 끝내 죽음을 피하지 못한 아내 성채린과, 아내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지는 대신 자본과 국가에 대항하는 투쟁가로 거듭나는 남편 김동하의 이야기가 하나의 중심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기본 줄기 곁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또 다른 프로타고니스트들인 의사들과 활동가들이 등장하는 「검은 행진」과 「목격자」, 그리고 「활동가」가 부차적인 줄기를 이루고, 그 곁으로 「갈망」, 「청부 과학자」, 「냉동 두부」 같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가지를 쳐나가고 있다. 


이 정도면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해나간다는 연작소설의 소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성채린-김동하 부부에 의해 엮여나가는 중심 서사는 비극적 재난이 어떻게 평범한 인간에게 숨어 있던 숭고함이라는 비범한 자질을 일깨우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마지막 작품인 「항의 행동」에서 보이는, 비록 좀처럼 답신을 얻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지지만 이 비극적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한 인물의 간절한 발신의 기록은 이 연작소설의 기원서사로서 또 하나의 감동을 준다. 써야 한다는,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갈망, 그것이 이 무명의 작가에게 펜을 쥐여준 것이다.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