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추방운동, 현장을 가다(4): 미나마타병 70년과 나고야 석면암 피해자들과의 교류
석면추방운동, 현장을 가다(4)
"중피종은 불치의 석면암이 아니다, 치료법을 개발하라" 일본 석면피해자운동의 새로운 흐름
중피종서포트카라반대(中皮腫サポトキャラバン隊)운동
2026년8월10일 최예용
한일석면피해자운동교류 방일 4일차:
6월28일 일요일, NHK의 미나마타병 70주년 프로그램 <그럼에도, 이 바다에서> 그리고 도쿄에서 나고야로 태풍속 이동
도쿄 호텔에서 아침식사하면서 본 미나마타 70주년 NHK 특집 프로그램
오늘은 방일4일째로 일정의 절반으로 접어드는 날이다. 도쿄 일정을 마치고 나고야로 이동한다. 호텔의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TV에 미나마타 70주년 특집프로그램이 나와 눈길을 끈다. NHK 프로그램으로 <그럼에도, 이 바다에서>란 제목을 달았다. 그러고보니 올해 2026년은 세계적인 공해병 미나마타병이 신고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30년대부터 큐슈 구마모토현 작은 바닷가마을 미나마타의 칫소 공장에서 바다로 버린 공장폐수에 유독성 메틸수은이 함유되어 일대의 바다 생태계가 초토화되었다. 먼저 물벼룩과 같은 작은 생명체에 농축된 수은이 먹이사슬을 타고 작은 물고기 몸에 쌓인다. 점차 큰 물고기에 쌓여가 육지의 고양이가 미쳐 날뛰는 '미친고양이' 현상이 나타났고, 오염 물고기를 먹은 새가 하늘에서 뚝뚝 떨어져 죽었다. 마침대 먹이사슬의 최상위 사람에게 수은이 '생물농축'되어 손과 발이 꼬부라지고 시신경 중추신경이 망가져 죽어가는 공해병이 나타났다. 특히 엄마가 먹은 오염생선 속의 수은이 뱃속 아기에게 전달되어 사산하거나 뇌성마비로 태어나는 '태아성 미나마타병'은 가장 끔찍한 결과다. 그해 태어난 태아성미나마타병 환자들이 올해 70세가 되었다. 70년전인 1956년5월1일 칫소 공장내에 있는 보건부서에 나중에 미나마타병으로 불린 건강피해가 첫 신고되었다.
▲<사진, 2026년6월28일 아침, 일본 도쿄의 한 호텔식당에서 방영중인 NHK의 ‘미나마타병 70년’프로그램을 한국 석면암 중피종 피해자 이성진씨가 보고 있다> ⓒ 최예용
미나마타병을 시작으로 광산 카드뮴 중금속 오염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 공단지역의 대기오염이 원인인 요카이치천식이 일본의 3대 공해병 사건이다. 1970년대는 '공해정국'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일본사회가 공해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일본은 공해문제를 어떻게 했을까?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공해설비를 한국과 대만 등 이웃국가에 '공해수출'하는 방법으로 떠넘겼다. 일본보다 경제적으로 뒤진 이웃나라들은 공해라도 좋으니 지원해달라면서 공해시설들을 좋다고 받아들였다.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일본에서 발생했던 공해문제가 그대로 발생했다. 아니 더 악화된 경우도 많았다.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이 그랬고 지금 낙동강 상류에서 가동되는 영풍석포제련소가 그랬다. 이 글의 주제인 석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공해문제에 민감한 일본사회에서 2005년 6월29일 마이니치 신문이 구보타 간사이공장의 인근 주민들에게서 석면암이 다발하는 공해사건이자 공장노동자 다수에게서 석면암산재가 발생한다는 뉴스가 대서특필되었다. 구보타만 그랬겠는가. 전국 어디에나 있는 공업단지에 수없이 많은 석면사용 공장들이 있는데 이들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구보타 석면암뉴스는 그렇게 일본사회를 뒤흔든 석면공해충격 '구보타쇼크'가 되었다.
식당이라서 그런지 TV소리는 들리지 않게 해놨다. 밥먹으면서 <그럼에도, 이 바다에서>의 몇 장면을 힐끗힐끗 보았다. 미나마타 50주년때인 2006년 국제심포에 그리고 2019년 가습기살균제참사 주제와 함께한 한일심포지엄, 그렇게 두 번 가본 미나미타의 어촌 모습이 TV에 비친다. 병들고 나이든 노인이 젊은 시설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낸 미나마타병을 회고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바다에서 살아가야지 어쩌겠느냐'는 회한을 풀어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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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 미나마타병 사건의 흐름도, 2019년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미나마타병 사건의 비교 고찰’ 학술논문(최예용, 이인현)에 사용된 표를 업데이트 했다> ⓒ 최예용
▲<사진, 2019년2월 일본 미나마타에서 열린 ‘미나마타병과 가습기살균제참사 한일 워크숍’ 포스터> ⓒ 이성진(그린디자이너) ![]()
▲<사진, 2019년10월27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국제회의에 참석한 태아성 미나마타병 환자 시노부 사카모토씨(사진 가운데)가 온몸을 쥐어짜듯 비틀어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발언하고 있다 ‘미나마타병은 낫지 않아요’ > ⓒ 최예용
나고야로의 이동, 방일 5일차:
6월29일 월요일, 나고야 중피종카라반과의 미팅
방일 5일차다, 일본열도 중부도시인 나고야의 나고야산재직업병센터에서 중피종 환자 3명 (남1,여2)과, 유족 2명(여2)을 만났다. 석면노출원인은 직업성1명, 환경성4명으로 환경성이 많았다. 중피종 종류는 복막3명 흉막2명으로 복막이 많았다.
원래는 중피종카라반의 전체 대표인 히라타씨도 참석키로 했는데 방사능치료가 잡혀서 같이 하지 못했다. 히라타씨는 오는 9월 한국에도 올 예정이지만 치료경과에 따라 못올지도 모른단다.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했다. 먼저 한국참가자가 소개했고 중피종카라반 멤버들이 소개했다. 적어둔 메모를 바탕으로 그들의 야야기를 소개한다.
가게미야 사유리 씨는 시즈오카현 출신으로 5년전 남편을 흉막중피종으로 잃었다. 남편은 18세부터 목수였는데 40년이 지난 58세에 석면암이 발병한 경우다. 일본에서 가장 중피종이 많이 발병하는 지역인 오사카 옆 효고에서 수술을 받았다. 구보타쇼크가 발생한 곳이 효고다. 산재가 인정되었고 건설국가소송에서 승소했으며 석면건설자재생산기업을 상대로한 소송에서는 화해했다. 즉 이긴거다. 중피종카라반을 만들어 나고야를 방문한 미기타를 만나 카라반활동에 합류했단다. 지난번 한일간 온라인회의때 참여해 이성진을 봤었단다. 딸이 BTS를 좋아한다고 웃는다.
▲<사진, 2026년6월29일 일본 나고야산재직업병센터에서 열린 나고야 지역의 석면암 중피종 환자 및 유족과의 대화자리> ⓒ 최예용
고토 사토미 씨는 나고야 출신으로 가게미야 씨의 경우와 같이 5년전 남편을 흉막중피종으로 잃었다. 남편은 직업성이 아닌 환경성 석면노출의 경우다. 발병하고 2년간 투병했는데 수술을 못했다. 항암제와 옵티보 치료를 했는데 부작용으로 호흡곤란을 겪었다. 치료과정에서 미기타를 알게되어 중피종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환자는 환자끼리 할 이야기가 있고, 가족은 가족끼리 어려움을 나누며 소통하게 된다며 가게미야 씨와 자주 교류한단다.
가베라(블로그 이름) 씨는 시즈오카 출신으로 본인이 중피종 환자다. 2022년 3월 임산부처럼 복수에 물이 찼다. 병원에서 복막중피종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가슴 느낌이 안좋았는데 폐에 흉수가 찼다. 흉막에도 중피종이 발생했다. 항암치료를 하고 면역요법인 옵티보로 치료했다. 4년간 65번 방사능치료를 받았다. 부작용이 많다. 발열, 가려움, 부음, 안면마비, 스테로이드 부작용, 매주 3일간 주사를 맞고, 시야가 좁아지거나 까맣게 보이거나 시신경이 붓는 눈부작용이 있다. 작년엔 갑상선기능이 저하되고 위궤양도 생겼다. 2023년 가을 시즈오카에서 중피종카라반을 만났다. 석면노출원인은 정확히 모르는데 후쿠이에 살때 인근에 니치아스 석면공장이 있었는데 그게 의심된다. 석면암 발병후 치료과정에서 남편의 도움이 크단다. 발병이전보다 부부사이가 더 좋아졌다며 웃는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갑자기 이성진이 가베라 씨의 나이를 물었다. '응? 여성의 나이를 묻는게 실례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이성진을 바라보니 "중피종환자는 발병과 투병때문에 나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베라 씨가 웃으며 1970년생이고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고 답한다. 올해 56세다. 이성진이 '제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세요' 라고 해 모두 웃었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많이 소통한단다. 매주 하는 중피종카라반의 줌살롱을 통해 여러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며 이성진이 막 시작한 블로그도 중요하다고 강조해준다.
미카게 씨는 2021년 복막중피종을 진단받았다. 1960년생으로 올해 66세의 여성이다. 미야기현의 미에 의과대학에서 진단받았고 시가현에서 2nd 오피니언(암에 대해 두번째 병원의 진단과 치료방법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 수술을 받았다. 알림타와 시스플라틴 약을 월1회 처방받는다. 수술이후 큰 변화는 없다. 부친이 건설노동자였고 어릴적 아버지의 건설작업 현장에 간적 있다. 고베지진 현장에도 간적 있다. 환경성 석면노출 사례다. 방과후교사가 직업으로 발달장애어린이를 돌본다.
와타나베 요시타카 씨는 나고야 서쪽의 오하루로에 거주하는 올해 59세의 남성이다. 2010년 12월 흉막중피종을 진단받고 왼쪽 폐를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대학다닐때 지붕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알바를 했는데 그때 석면에 노출된건지 의심하는 환경성 석면노출 사례다. 직업은 물리치료사로 수술이후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심장에 부담이 가서 지금은 쉬고 있는데 더 일하기는 어려울 듯 하단다. 증상으로 심부전, 부정맥이 나타난다. 중피종 재발은 아직까지 없지만 연1회 CT검사한다. 중피종카라반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가타가 만들었던 '중피종 동지회'의 멤버다. 일본적십자병원에 근무하는데 조직 특성상 주치의가 매년 바뀐단다.
와타나베씨의 경우는 나이차이는 났지만 이성진과 많은 부분이 유사했다. 환경성, 흉막중피종에 좌측폐 전절제수술, 2010년 발병해 16년째 투병중… 그래서일까. 이성진이 "어떻게 폐절제의 큰 수술받고 직장생활을 계속 하시냐"며 부러운듯 묻는다. 와타나베씨는 "치료와 동시에 근력운동을 했고 가족이 있어 경제활동의 동기가 있어서 그랬지 않았나 싶다"고 답한다.
나리타 히로아츠 씨는 나고야산재직업병센터의 부이사장으로 센터의 유일한 상근자 즉 활동가다. 2009년 3월 센터에 상근자가 없다고 해서 일을 도와주다가 이후 17년째 상근을 이어오고 있단다. 나고야가 꽤 큰 항구도시로 인근에 도요타 자동차 본사와 공장이 있고 석면기업 니치이스 하시마 공장도 있어 크고 작은 산재 직업병 사례를 많이 다뤄왔단다. 도쿄 안전센터 대표를 지냈던 스키우나 히로시 라는 의사가 고향에서 나고야산재직업병센터를 세웠단다. 최근의 석면질환 상담으로 중피종 39건, 폐암 26건, 기타 20건, 진폐 3건 등의 수치를 소개한다. 특히 니치아스 하시마 공장 노동자의 산재소송을 지원했고 센난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산재도 지원했다고 한다.
나고야 중피종카라반 멤버들과의 미팅은 점심도시락을 먹으면서 오후까지 이어졌다.
중피종유족인 가게야마와 고토씨는 유명 아이돌을 따라다니며 덕질을 하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또 가베라 씨, 미카게 등 오늘 함께 나온 중피종 환자들과 자주 만나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서 자기도 한단다. 같이 다른 지역에 놀러도 가는데 그지역의 석면유족도 만나 교류한단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동병상련, 한두번 만나 아픔을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교류를 이어간다니 정말 놀랍고 반가운 이야기다. 유족과 중피종 환자인 50~60대 여성분들이 이렇게 끈끈하게 지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돕고 나눈다니, 그야말로 석면피해자들의 <중피종 공동체>가 아닌가. 중피종카라반을 처음 만든 미기타와 쿠리타가 바랬던 환자와 가족들의 교류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토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풀어놓았다. 남편이 중피종으로 사망한후 6개월만에 둘째아이 마저 잃었단다. 시어머니도 연로해 시설로 가셔서 혼자 사는데 집의 방 하나를 살롱으로 만들었고 자주 지인들을 초대한단다. 가게미야 씨가 다른 여성 유족과 여성 환자들과의 교류 구심역할을 하는 듯 했다. 무슨 모임이든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사진, 2026년6월29일 일본 나고야산재직업병센터 앞에 선 한국 석면암 중피종 피해자 이성진씨와 나리타 히로아츠 부이사장> ⓒ 최예용
내내 자리를 같이한 가타오카가 카라반운동에 대해 보충설명해준다.
중피종카라반의 전국활동의 배경은 "장기생존하는 환자, 투병중인 환자를 만나러가자"는 거였다. 미기타의 여동생이 "암에 걸렸다고 내성적으로 있지마라"라고 잔소리를 했단다. 해서 미기타가 블로그를 시작했다. 하루에 서너번 이상 일상적인 글을 올렸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바로바로 댓글을 달았다. 미기타의 블로그를 보고 유족, 환자 등 여성들이 많이 카라반활동에 참여했다. 미기타가 별세한 후에는 큐슈의 니시나 씨가 비슷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카라반에서는 현재 '중피종 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회원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55건이 회수되었고 더 진행해 결과를 나누고 의학계에도 전달할 계획이란다.
모임을 마치고 호텔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가타오카가 말한다. "저분들이 원래 9월 세계폐암학회가 열리는 한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안했었는데 이성진 최예용과의 대화자리가 좋아서 서울에 같이 간다고 할거 같으네~" 그러면 9월 서울모임은 일본 중피종카라반의 해외원정 카라반이 되겠다. 한국 중피종카라반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계속)
석면암 중피종 피해자 등 3명이 2026년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방문해 한일 석면피해자운동 교류를 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공동문제인 석면피해에 대해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일간의 민간협력 활동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