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건강해야17] 일하다 암 걸렸는데, 산재보험 안돼?
일하다 암 걸렸는데, 산재보험 안돼?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17-석면공해⑥-2] 석면피해 보상 '산재보험 하나로'
오마이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기자
2014년 7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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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성 석면노출 피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은 2011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업성 석면노출로 인한 노동자들의 석면피해는 1964년부터 시행된 산업재해보험제도에서 다룬다. 작업 과정에서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들이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여 피해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둔 것이다. 노동부가 주무부처이고 근로복지공단이 실행기관이다.
증상은 계속 나빠지는데, 등급에 따라 차별 지원
먼저 석면피해구제제도의 인정 현황을 보자.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3년6개월 동안 모두 1426건의 환경성 석면피해자가 인정되었다. 매달 판정위원회가 열리는데 인정 당시
생존환자 902명, 사망자 524명이었다. 사망자는 유족이 신청한 경우다.
악성중피종암이나 폐암의 경우, 발병 후 예후가 극히
나빠 잔여수명이 1~2년에 불과하여 인정 당시 생존했던 환자 중 상당수가 현재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 인정자의 절반 정도인
7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석면 질환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질병 종류별 인정자를 살펴보자. 악성중피종이 689건으로, 전체의 48%로 가장 많다.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법률용어로는
석면폐증)가 608건으로 전체의 43%로 두 번째로 많다. 환경피해구제 대상으로서 석면폐 피해가 이렇게 많은 것은 세계적으로 매우 특이한
경우다. 일반적으로 석면폐는 고농도의 석면에 노출되어 걸리는 직업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충청남도 홍성, 보령, 예산, 청양
지역에 위치한 수십여 개의 석면광산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서 나타나는 석면폐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 환경의 석면 오염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폐 환자의 경우, 석면 노출이 중단되더라도 증상은 계속 나빠지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구제법 제정의 취지를 살려 등급 구분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석면노출 원인기업을 찾아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수십 년 전에 석면비산을 일으킨 원인기업과 증거를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구제법을 제대로 적용하라는 것이다.
폐암은 석면 관련성이 확인된 '원발성(다른 곳에서 발생한 암이 폐로 전이된 경우가 아닌 처음부터 폐에서 나타난 암)'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모두 127건로 전체의 9%에 불과하다. 석면 관련성은 폐암환자에게서 석면 노출의 특징인 흉막비후나 석면폐가 나타난 경우에만 해당된다. 악성중피종이 매우 희귀암인데 반해 폐암은 매우 흔한 암이다.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흡연, 라돈 및 대기오염과 같이 다양하다. 그렇지만 석면 노출이 일반 환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최소한 석면폐암 발병이 악성중피종 발병 숫자만큼은 될 텐데 구제법에서 인정되는 폐암은 악성중피종의 18%에 불과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다. 미만성 흉막비후는 2014년부터 적용되었는데 아예 신청 건수도 전혀 없다가 최근 6월 판정에서 2건이 신청되어 모두 인정되었다.
석면 피해 직업성노출 원인 많은데, 산재보험은 안 돼
ⓒ 환경보건시민네트워크
질환별 인정률을 보면, 악성중피종의 경우 평균 71%이고, 석면폐는 70%, 폐암은 31% 정도다. 매우 낮은 수치다. 악성중피종과 석면폐는 석면노출에 의해서만 발병하고 진단되는 석면특이적인 질병이다.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불인정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악성중피종의 실제 인정율이 평균 70%대인 것은 병원의 '오진' 탓이 크다. 실제 진단과 건강보험 청구 진단의 불일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석면폐의 경우는 필요 이상으로 인정 기준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원발성 석면폐암의 경우, 인정률이 2014년 상반기의 경우 17.5%에 불과했다. 이는 10건 중 2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석면폐암의 인정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폐암의 경우 흡연 등 다른 발암 요인도 많기 때문에 특별히 엄격한 인정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흡연자가 석면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폐암발병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특징 등을 고려할 때 폐암 인정기준을 현실화하여 구제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2011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석면피해구제법에 의거 인정된 석면피해자 1344명의 석면노출 원인별 조사현황이다. 직업적 석면노출이 493건으로 전체의 37%로 가장 많고, '환경+직업' 노출은 370건 28%, 환경 노출은 307건 23%, 노출원 모름 174건으로 13%였다.
'환경+직업' 노출의 경우는 주로 석면광산 인근 지역 주민들에 해당되었다. 오래전 석면광산이 가동될 때 일을 했고, 광산 일을 그만 둔 이후에도 광산 인근에서 계속 거주하는 과정에서 석면 공해에 노출된 것. 이러한 혼합노출이 전체의 4분의1에 해당할 만큼 많은 것은 한국적 석면피해의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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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질환은 노출 후 10년~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기 때문에 직업적 석면노출의 경우 석면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석면질환이 발병하곤 한다. 과거에 다녔던 석면사업장이 폐업하여 사라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산업재해보험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워 환경피해구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다 하더라도 1964년 이후 직장에 다녔던 경우는 산재보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폐광된 석면광산 또는 폐업하여 사라진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경우나, 건설일용직의 경우는 1964년 이후에 일했던 경우라도 직업력 증빙이 어려워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퇴직노동자들라 조합비를 내는 현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의 관심 밖에 있다. 석면 문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노동자 건강권이 현직일 때뿐만 아니라 퇴직 후에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석면 피해로 똑같이 병들었는데, 보상 차이가...
앞서 잠시 언급한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석면피해구제제도의 구제금과 직업성 석면노출로 인한 산업재해보험의 보험금의 차이 문제를 보자.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암의 경우 환경구제금은 대략 3500만 원(2년생존시)~4800만 원(3년생존시) 정도이다. 산재보험금의 경우 일일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경우가 최소 수준으로 1억1300만 원 정도이고 퇴직 직전의 급여수준에 따라 많게는 2~3배 더 올라간다.
산재보험의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에게 유족급여가 지급되고 이를 연금으로 받을 경우 사망시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같은 질병인데도 환경구제금이 산재보험금의 10~3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석면폐증의 경우에는 차이가 더 벌어지는데, 환경구제금이 600만~1700만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모두에 소개한 중피종환자 정아무개씨의 경우, 24세때인 1978년부터 1984년까지 7년간 당시 석면 원료로 곤로 심지를 제작하는 조광산업에서 근무한 석면사업장 직업력이 있다. 이후 1986년에도 1년여간 석면건축자재를 취급하는 건설현장에서 일한 바 있다.
그리고 52세인 2006년, 폐를 둘러싼 중피에 암이 생기는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암에 걸렸다. 석면노출 이력과 발병까지의 잠복기는 조광산업에서의 석면노출로부터 최대 28년, 건설현장 노출로부터 20년이다. 그는 2012년 9월에 석면피해구제 인정을 받았다. 과거 일했던 조광산업이 폐업하고 사라져 직업력 근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용직으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는 건설현장 직업력도 마찬가지다.
올해 환갑을 맞은 정씨는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지만 암투병을 하느라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손을 심하게 떨고 기억력도 현저히 나빠졌다. 산업재해로 인정될 경우, 현재 환경구제로 받는 금액보다 최소 3배 이상의 휴업급여 및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리되면 투병생활은 물론이고 가족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가족은 해체됐고 그는 동생집에 얹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와 같이 직업적 석면노출 피해자이지만 산업재해보험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매우 낮은 수준의 환경성 구제만을 받으며 스러져갔거나 힘든 생을 보내고 있는 석면피해자가 무려 700여명에 이른다.
석면문제는 구제법에 의거한 관련 질환 피해인정자만 1426명으로, 국내에서 단일 오염물질에 의한 최대의 환경 질환 피해임이 확인되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석면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석면사용이 금지되었지만 과거의 석면제품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고 재개발, 석면석재사용 등의 이유로 비정상적인 석면 노출이 생활환경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구제신청자의 인정률이 평균 63.2%로 매우 낮다. 특히 원발성 석면폐암의 경우 인정률이 2014년 상반기 17%에 불과하여 긴급구제의 입법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악성중피종과 석면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인정되어야 하며, 석면폐는 등급구분이 폐지되어야 한다. 폐암의 경우 현재의 흉막비후 또는 석면폐 동반조건을 폐지하고 석면 노출 이력과 석면소체 확인과 같은 인정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석면피해구제제도의 인정자 절반 가량이 직업성 석면노출인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환경구제금이 산업재해보험금보다 10~3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을 고려하면, 산업재해보험제도가 이들을 가능한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들 중 1964년 이후에 근로한 직업력이 있는 경우는 모두 산재보험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계가 실제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지원해야 하는 대상을 구제기금이라는 적은 돈으로 처리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직일 때 노출되고 퇴직 후 발병하는 석면피해의 특징을 악용하여 수많은 직업성 석면피해노동자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직업성과 환경성 석면피해의 보험금과 구제금의 차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같은 석면질환이라면 같은 수준의 경제적, 사회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낮은 보상의 환경성 피해구제 수준이 산재보험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로부터 거둬야 할 구제기금은 지금보다 최소 3~4배 많아져야 한다. 특별교부금 부과대상도 취급량을 제한하지 말고 석면원료를 취급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브레이크 라이닝이나 석면건축자재 등을 사용하여 경제 활동을 한 건축산업,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경제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환경부가 석면피해구제법을 공포하면서 세계에서 여섯 번째라고 홍보했지만,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기본적인 사회보장시스템을 통해 직업성이든 환경성이든 구분하지 않고 석면피해자를 모두 보호하고 있다. 굳이 별도의 환경성피해자를 위한 구제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석면피해자, 환경운동단체, 노동안전운동단체, 노동조합,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석면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연대기구인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정책개선을 이루기 위해 석면피해자를 위한 특별캠페인을 추진한다.
일차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할 직업성 석면피해자들이 제도적 미비로 인해 매우 낮은 수준의 환경피해구제만을 인정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사례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나아가 환경성 석면피해자의 경우도 산업재해보험 수준의 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