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광산 폐기물 대책을”…청양 주민, 결국 거리로
한겨레 2014.07.08
7일 1인 시위에 나선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주민들. |
충남도청 앞서 릴레이 1인시위
시·도 소극적 행정에 분노 폭발
매립여부 넉달째 카메라로 감시
주민 20명 2차 건강검진
통보받아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석화 청양군수가 우리 마을에 단 한번도 와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고통스러워요.”
지난 7일 뙤약볕 아래 충남도청 앞에서 오전 내내 1인시위를 벌인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이태연(65) 이장은 갈라진 목소리로 호소했다. 강정리 주민들은 이날부터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ㅂ환경의 작업장 안 불법매립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굴착조사는 물론 업체 이전이 이뤄질 때까지 번갈아 1인시위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목숨을 걸고라도 막을 거예요.”
석면광산에 들어선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탓에 소음과 분진은 물론 석면 피해에 노출돼 있는 주민들이 끝내 길거리로 나섰다. 강정리 106가구 주민 230여명은 충남도와 청양군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태도다.
최근 지역의 한 병원에서 주민들 건강검진을 했는데 2차 검진이 필요하다고 통보받은 주민이 20명 가까이 된다. 마을 주민 가운데 1명이 악성 중피종으로 사망했으며 폐암으로 숨진 경우도 30명에 이른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태연 이장은 “공장에서 20m 거리에 민가가 1곳 있고 마을회관도 채 100m가 안 된다. 화재가 난 것처럼 비산먼지가 하루에도 수차례 마을을 뒤덮는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량 40~50대가 매일 마을을 드나드는 탓에 교통사고 위험도 크다.
마을 주민들은 넉달째 업체 감시활동도 벌이고 있다. 업체가 내려다보이는 야산 꼭대기까지 날마다 서너명씩 당번을 정해서 온종일 카메라를 들고 서 있어야 한다. 건축폐기물이 아닌 다른 것을 매립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노인들은 농사일을 접고 가파른 산길을 매일같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이장은 “지난 3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도지사실에 갔는데 안 지사가 없어서 ‘우리 마을을 안 지사가 꼭 답사해달라’고 직원에게 전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상임대표는 8일 “충남도 자치행정과와 정책특보까지 참여해 현장
굴착을 하기로 합의하고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 안희정 지사가 말하는 행정혁신은 화려한 수사에 불과하며 심각한 실망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갑연 충남도 안전자치행정국장은 “현장 굴착 조사를 위한 협의를 서두르도록 군에 요청하고 있다. 만약 잘 안되면 행정대집행을 포함한 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강정리 대책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