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산시 석면지붕 해체 사업, 무허가도 포함해야
부산일보 10월5일자 사설입니다.
석면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도심에서 확산되고 있는 석면 공포는 본보가 여러 차례 특종보도한 바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사례는 대부분 과거 석면공장 인근에 거주한 사람들이었다.
도심 속 또 하나의 석면 요주의 대상이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다. 슬레이트 지붕은 해당 거주자는 물론 이웃들에게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부산시가 지난해 말 '슬레이트 해체 및 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석면지붕 해체 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그런데 부산시의 슬레이트 지붕 해체 사업에는 두 가지 허점이 있다. 첫째 가구당 지원비가 240만 원(시비 60% 국비 40%)에 불과해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붕 해체 비용은 충당되겠지만 지붕 개량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슬레이트 지붕 주택 소유주가 대부분 영세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둘째 부산시의 지원 대상에 무허가 주택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관련 조례에는 무허가 건물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재정 여건상 어렵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무허가 건물을 지원할 경우 불법 조장이 우려된다는 점도 한 이유이다.
부산시내에는 허가 난 슬레이트 지붕 주택이 1만 7천 동에 이르는데, 무허가 건물 규모가 이에 버금갈 정도로 난립해 있다. 따라서 허가·무허가를 구별해 지원하다 보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 사업은 백년하청이 될 공산이 크다. 시민 건강을 위해서는 허가·무허가를 가릴 계제가 아니다. 불법 조장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 철거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무허가 건물을 지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슬레이트 지붕 가구 중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철거비용은 물론 개량비용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 개량 사업은 석면 공포를 없애고 경관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