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석면' 공포 현실로] 피해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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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석면' 공포 현실로] 피해자 인터뷰

임흥규 0 5472

"3년 전부터 바늘 찔리는 가슴 통증… 석면 때문이라는 생각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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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공장 인근 20년 거주 올 4월 석면폐증 2급 판정 건강관리 방법 설명 없이 월 46만 원 구제금만 달랑 부모·형제 등 나머지 가족 검진 통보조차 못 받아 피해자 발굴 노력 부족 실질적 지원책 뒤따라야

 

"J화학과 우리 집과는 걸어서 5분 거리, J화학과 학교까지도 5분 거리였다. 대체 누굴 원망해야 하나."


지난 4월 한국환경공단 석면피해판정위원회로부터 석면폐증 2급 환경성 석면피해자 판정을 받은 A(42) 씨를 지난 30일 만났다. 웃음기 사라진 그의 얼굴은 인터뷰 내내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아무런 위험 경고도 듣지 못한 채, 석면방직공장 인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폐가 굳어가는 병을 얻었다는 사실을 그 누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A 씨는 병을 진단받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3월 집으로 석면 피해가 우려된다며 검진을 받으러 오라는 우편물이 왔었다. 3년 전부터 식은 땀을 흘릴 정도로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을 느낀 적이 있던 터라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집과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주말에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 7월 검진 일정에 맞춰 갔었다."

 

이날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의 건강영향조사에서 X-ray 촬영을 마친 A 씨는 검진의와의 문진에서 가슴 통증을 이야기했고, 3개월 뒤 직접 센터를 방문해 CT촬영을 거쳤다.

 

A 씨는 "당시 센터 교수가 내 폐를 가리키며 정상인의 폐가 부드럽게 보이는 것과 달리 딱딱하고 거칠게 보인다고 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석면환경보건센터의 폐기능검사를 거친 뒤 올해 3월 석면폐증 진단을 받고 환경공단에 구제급여를 신청했다.

 

한동안은 너무 억울해 수 없이 세상을 원망했다는 A 씨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고, 일을 해야 하기에 가능하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매일 더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A 씨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검진을 권하고 있다.

 

그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우리 집은 J화학과 길 건너 두 블럭 뒤에 있었다"면서 "내가 스무살이었던 1992년까지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려 20년 동안 석면 가루를 마셨고, 형, 누나, 어머니도 걱정이 돼 지난 5월 검진을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A 씨는 석면 피해자 발굴과 구제지원책이 너무나 미비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피해 판정을 받아서 앞으로 2년 간은 월 46만 원의 구제급여를 받게 됐지만, 내 인생이 끝나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답답해했다.

 

또 "아무리 치료법이 없다지만 진단받은 이후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고, 원할 때마다 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지만 증세가 더 심해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정도가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했다.

 

"석면환경보건센터의 건강영향조사는 X-ray로 의심자를 걸러내지만, 이를 통해 폐의 이상징후가 얼마나 확인되는지 의문이다"며 "가족 중에서 나만 검진 안내 우편물을 받은 것만 봐도 피해자 발굴 과정이 많이 허술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앞으로 발생할 더 많은 잠재적 석면 피해자들을 걱정했다. 그는 "나도 그랬듯이 가슴 통증이 석면 때문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거의 없다"면서 "이 인터뷰 하나로 석면 피해에 대한 대응이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검진을 받고, 한결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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