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1면]‘가습기살균제 피해’부처들 모두“우리소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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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1면]‘가습기살균제 피해’부처들 모두“우리소관 아니다”

최예용 0 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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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관료주의 탓 구제책 ‘구멍’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사상자가 속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직장을 잃고 수억원의 치료비에 짓눌리며 보상·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조사와 대책이 겉돈 데는 책임을 떠넘기고 소극적인 법 해석 뒤로 숨어버리는 한국의 관료주의가 있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선보일 때 허가·관리 주체는 모호했다. 공산품안전관리를 맡는 곳은 기술표준원(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이다. 실제 일부 가습기 살균제는 기술표준원이 부여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부 김필구 제품안전정책국장은 “해당 제품은 가습기를 닦는
세정제로 신고됐다”며 ‘가습기 살균제’ 형태로 유통된 데 대해 “그 제품에 세정제 기능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피해사례가 이어지자 뒤늦게 보건복지부가 나서 역학조사·독성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복지부 역시 ‘내 소관이냐, 아니냐’를 따졌다. 추가로 피해신고를 접수한 뒤 민·관 합동 폐손상조사위를 출범시켰으나, 이들의 추가보완조사 요구엔 “복지부가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복지부는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역시 책임지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은희 화학물질과장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도 (추가보완조사를 지원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환경보건법상의 ‘환경성질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도 논란을 불렀다. 환경성질환으로 지정되면 피해자들은
소송절차 없이 배상받을 수 있지만 ‘특정지역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질환은 아니’라고 소극적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업무 조정을 해야 할 국무총리실도 형식적으로 대응했다. 2011년 11월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거론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 지시를 향후 화학물질 관리에만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총리실에선 피해자 구제책을 놓고 부처 간 회의를 연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각 부처가 책임을 최소한으로 좁히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이 피해자를 위한 행정은 완전히 뚫려 있었던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18일 늦게나마 생계곤란 피해자들을 우선 지원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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