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맞아 광화문서 1인시위 나서
[현대건강신문 2012 6 5]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내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남편이 광화문 광장에
섰다.
이기명(가명)씨는 4년전 폐질환으로 숨진 아내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품 구입 영수증 등 증거가 남아있지
않아 현재 진행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재판에도 참석하지 못한채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5일 정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이 씨는 어렵게 아내의 죽음에 대해 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감기 정도로 생각해 동네 의원에서 약을 먹었다. 기침이 가라앉지 않아 폐렴약까지 먹었지만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이씨의 아내는 대학병원에서 한 달 정도 입원한 뒤 숨졌다.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하던 이 씨는 "병원에서 어렵다는 말을 들을 뒤에도 아내에게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얼마 뒤 아내가
세상을 떠 너무 허탈했다"고 한 숨을 쉬었다.
아내의 죽음에 가습기살균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확신을 갖게 된 이유는 무얼까.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환경센터)에 피해자 접수를 한 뒤 센터 관계자가 이 씨의 집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면서 아내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내의 죽음과 가습기를 연관짓기 시작했다.
최예용 환경센터장은 "(이씨 아내의) 사인이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동일했다"며 "증언을 한 가족들에게 제품 확인과 구입 경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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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치는 이씨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52명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부, 기업 못지않게
대중들도 무관심해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환경센터에서 조사가 진행된 이후에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연락이나 조사가 없었다.
이씨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에게 물어봐도 정부에서 연락을 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에도 참석하지 못한 이씨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재판에 2백만원을 들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잊고 지내려고 했는데 (환경센터에서) 연락이 와 짚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여기에 나왔다"고 했다.
환경센터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정부기관, 제조회사 등 8곳에서 동시 다발 1인시위를 열고 "최악의 환경사고를 일으킨 기업과
정부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센터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 174건 중 사망자가 53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