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폐손상조사위 재가동 한다
ㆍ정부 첫 TF회의… 피해 보상 ‘물꼬’ 관심
ㆍ부처간 업무조정 협의도… 순항은 미지수
2013년 4월 20일 경향신문 기사입니다.
2년 넘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묵묵부답이던 정부가 부처 간 대책 협의를 재개했다. 총리실이 주재한 첫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현재 활동이 중지된 질병관리본부 민·관 합동 폐손상조사위를 재가동시키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법안·결의안 움직임이 활발해져 피해조사와 피해자 보상·지원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국무총리실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 실무자들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을 위한 업무조정 협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폐손상조사위가 활동을 재개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폐손상조사위를 재가동하는 안을 복지부에서 만들고 위원들이 요구했던 추가보완조사 비용은 총리실이 복지부와 협의한 뒤 최종 정리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폐손상조사위 위원들은 추가보완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복지부가 “지원해줄 법적 근거가 없다”고 거부하자 위원들이 지난 11일 “더 이상 활동이 무의미하다”며 전원사퇴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무조정이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환경부가 주도해주길 바라는 복지부 생각과 달리 환경부는 이날도 “이미 복지부가 하고 있지 않으냐”면서 “환경부가 맡아야 할 일은 아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 역시 국회 환경노동위가 아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키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을 위한 부처 간 협의는 박근혜 정부의 ‘부처 칸막이 해소’ 의지를 확인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에서 피해조사와 대책을 놓고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간 총리실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대책이 아닌 생활화학가정제품의 안전관리를 위한 TF만 구성한 바 있다.
국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구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국무총리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총괄운영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피해자 구제 방안과 예산집행 계획안을 재난지역에 준해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또 가습기 살균제로 폐가 손상된 중증환자와 사망자 가족 중에 생계곤란 피해자들은 결의안 통과 후 3개월 내에, 경증환자는 6개월 내에 지원토록 했다.
장하나 의원도 같은 날 환경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자들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피해자들에게 의료비 등을 긴급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날 총리실에서 열린 TF 회의에서는 결의안이 최종통과될 경우 복지부와 총리실에서 함께 대응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