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9시뉴스]가습기살균제 사망 2년…진상 규명·책임은?
2013년 4월19일 금요일 KBS 9시뉴스 [집중진단] 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앵커 멘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으로 첫 사망자가 나온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정부에 접수된 추가 피해 의심 사례는 모두 359건, 이 가운데 1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공식 확인된 건 34건에 불과합니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호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먼저 백미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가습기 살균제를 오랫동안 쓰면서 호흡 곤란증을 앓게 된 신지숙 씨.
산소 공급기 없이는 숨을 쉴 수 없어 고무관을 끼운 채 생활합니다.
물 잔조차 들기 힘들 정도여서 집안 일이나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인터뷰> 신지숙(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일어나서 움직이는 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산소가 필요해요, 호흡이. 그게 안 되는거죠."
2년 전 질병관리본부가 한차례 역학 조사를 한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2년 전 딸아이를 잃은 김 모씨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아이가 숨졌다는 생각에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인터뷰> 김 00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엄마) : "(의사 선생님이) 가습기 살균제 쓰지 않았냐고 하셨고...아직도 믿을 수가 없거든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첫 사망자 신고 뒤 이 같은 피해 의심 사례가 줄을 이었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족을 잃어 우울증에 빠지거나 비싼 의료비 부담에 가정이 해체되는 2차 피해도 나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강찬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대표) : "가정 경제를 영위할 수 없는 거죠. 엄청난 수술비 때문에 그동안 벌었던 건 다 써버린 상태고..."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자들은 정부 차원의 조속한 진상조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백미선입니다.
<앵커 멘트>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각 부처는 아직까지 서로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추가접수 사례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각 부처가 책임을 미루는 이유는 뭔지, 그리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모들이 잇따라 숨지는 미확인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것을 밝혀낸 건 보건복지부입니다.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피해 의심 사례를 접수받았습니다. 하지만 추가 의심 사례에 대한 원인 조사는 중단된 상태.
더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고, 환경부가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추가 조사는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건강피해가 우려되거나 의심되는 거니까 환경부가 해야되지 않나..."
그러나 환경부 역시 발을 빼긴 마찬가지.
<인터뷰> 이서현(환경부 화학물질과 사무관) : "직접적으로 나서서 지원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를 관리했던 산업통상자원부와 현재 살균제 관리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겁니다.
<인터뷰>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초유의 건강피해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필요한 예산을 쓸 법적 근거가 없다, 이게 도대체 누가 그거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환경부 소속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들을 긴급 지원하는 법안은 어제서야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KBS뉴스 김지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