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특별법 만들자"
한국일보 2013년 4월 17일자 기사입니다.
폐손상과 가습기 살균제 간 인과관계가 확인됐는데도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와 업체의 책임 회피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석면피해구제법과 같은 특별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 마련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부처 입장에선 피해 구제를 해주고 싶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석면피해구제법처럼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구제 기금 마련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생활화학가정용품 사용 피해라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은 부처 예산을 집행할 수 없고 제조업체는 '정부 역학 조사가 잘못됐다'며 소송결과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라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놓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총리실이 주관한 차관회의에서 앞으로 살충제, 세정제 등 유해화학물질 제품의 안전관리는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지만 과거 피해에 대한 구제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건강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폐가 손상된 피해자들은 한 달 의료비로 보통 350만원, 폐 이식 수술을 할 경우에는 최대 2억 원을 부담할 정도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환경부 소속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출연금과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자의 기부금으로 피해구제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의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화학성분물질에 대한 유해성 조사를 조기에 실시하지 않은 책임, 기업은 자체적으로 흡입 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기금을 조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피해 사실이 인정된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석면피해구제 경험도 있고 화학물질 관리도 환경부로 일원화된 만큼 피해구제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부처는 환경부밖에 없다"며 "문제된 제조업체가 기금 조성을 꺼릴 경우, 정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소송 결과가 나온 뒤 업체에 구상권(타인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이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청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11년 1월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은 석면으로 악성중피종, 폐암 등 건강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유족에게 구제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산업계와 정부가 분담해서 재원을 마련한다.
<사진, 2013년 4월 4일 국회에서 장하나의원과 피해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