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1면]"가습기살균제의 진실 왜 덮으려고만 하나요?"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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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3 17:01
* 2013년 4월13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입니다.
고씨 부부가 지은이를 낳은 것은 2년 전 이맘때였다. 아기는 24주 만에 태어나 8개월 동안 병원 인큐베이터에 머물렀다. 지은이는 일찍 태어난 것 같지 않게 튼튼하게 자라줬다. 병원생활이 끝나고 딸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오던 날, 지은이를 안아키우다시피 했던 여의사는 “다른 애들보다 건강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비극이 시작된 것은 외려 경기 파주의 집으로 온 뒤부터였다. 부부는 예민한 아기를 위해 가습기를 설치했고 24시간 틀어줬다. 아내 이연주씨(36)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던 자신의 모습이 일종의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반복재생된다고 했다.
“그 물건이 있던 자리까지 다 기억나요. 지은이가 집에 오기로 해서 너무 기뻐서 가습기 살균제 쓰면 더 청결해진다고 하니까…. 제가 그 물건을 직접 집어왔거든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2년 동안 어렵게 눌러왔던 감정들이 다시 뜨거운 눈물로 흘러내렸다. 지은이는 집에 와서 17일을 머물렀다. 2주가 조금 넘자 갑자기 열나고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생기더니 점차 심해졌다. 고씨가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5일 만에 지은이의 숨소리가 달라지면서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때서야 지은이의 폐가 굳어가고 있었음을 병원조차 뒤늦게 알았다.
“마지막에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제가 ‘지은아 일어나. 엄마야 지은아’ 그랬더니 제 목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떠서 저와 눈을 딱 마주치는 거예요. 그러고는 눈을 감고 다시 못 떴어요.” 생후 8개월 만이었다. 베란다 너머 하늘을 바라보는 이씨의 목소리는 계속 떨렸다.
고씨 부부가 딸의 죽음이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수주 후였다. 2011년 초 우연히 접한 TV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해 조사를 의뢰했다. 한 달이 넘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재차 전화했다. 담당자가 없다고 했다. 4개월 후 다시 전화했더니 “곧 방송에 나올 테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해 8월 김씨는 방송을 봤지만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되는” 사례에 자신의 딸이 포함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해를 넘겨 2012년 2월 동물실험(독성실험) 최종 결과가 나왔고 ‘CMIT/MIT’ 성분의 제품에선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 메이트’만 사용했던 고씨 부부는 어안이 벙벙했다. 딸이 겪은 일은 다른 피해자들과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심이 들었죠. 이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다고 들었는데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까.”
고씨가 12일 아침 ‘CMIT/MIT’ 성분을 환경부가 지난해 9월 독성물질로 지정했었다는 경향신문 보도를 접하고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선 이유다.
“정부가 이제는제발 정확히 조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덮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묻혔다만 하잖아요.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서로 얘기조차 편하게 할 수 없었어요.”
일주일 뒤는 지은이의 생일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정확한 조사와 책임있는 사람에게 마땅한 벌을 묻는 것, 그것뿐”이라고 했다.
ㆍ8개월 된 둘째 딸 잃은 고씨 부부 “정부, 어떻게 유독물 지정 감추나”
“어! 얘 목에 빨간 점이 있네?”
아내는 갓 태어난 둘째 딸아이를 목욕시키고 옷을 입혔다. 지금은 여섯 살이 된 큰아들은 동생을 어른처럼 안아보려 하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몸을 꼬았다. 고모씨(41)는 12일 지은이가 태어났을 적 찍은 동영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거의 다 지우고 (동영상) 남은 게 별로 없어요.” 안경 너머의 눈물을 닦으며 고씨가 말했다.
“어! 얘 목에 빨간 점이 있네?”
아내는 갓 태어난 둘째 딸아이를 목욕시키고 옷을 입혔다. 지금은 여섯 살이 된 큰아들은 동생을 어른처럼 안아보려 하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몸을 꼬았다. 고모씨(41)는 12일 지은이가 태어났을 적 찍은 동영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거의 다 지우고 (동영상) 남은 게 별로 없어요.” 안경 너머의 눈물을 닦으며 고씨가 말했다.
경기 파주에 사는 고모씨가 12일 CMIT와 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2년 전 생후 8개월 만에 사망한 둘째 아이의 동영상을 보고 있다.
고씨 부부가 지은이를 낳은 것은 2년 전 이맘때였다. 아기는 24주 만에 태어나 8개월 동안 병원 인큐베이터에 머물렀다. 지은이는 일찍 태어난 것 같지 않게 튼튼하게 자라줬다. 병원생활이 끝나고 딸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오던 날, 지은이를 안아키우다시피 했던 여의사는 “다른 애들보다 건강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비극이 시작된 것은 외려 경기 파주의 집으로 온 뒤부터였다. 부부는 예민한 아기를 위해 가습기를 설치했고 24시간 틀어줬다. 아내 이연주씨(36)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던 자신의 모습이 일종의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반복재생된다고 했다.
“그 물건이 있던 자리까지 다 기억나요. 지은이가 집에 오기로 해서 너무 기뻐서 가습기 살균제 쓰면 더 청결해진다고 하니까…. 제가 그 물건을 직접 집어왔거든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2년 동안 어렵게 눌러왔던 감정들이 다시 뜨거운 눈물로 흘러내렸다. 지은이는 집에 와서 17일을 머물렀다. 2주가 조금 넘자 갑자기 열나고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생기더니 점차 심해졌다. 고씨가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5일 만에 지은이의 숨소리가 달라지면서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때서야 지은이의 폐가 굳어가고 있었음을 병원조차 뒤늦게 알았다.
“마지막에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제가 ‘지은아 일어나. 엄마야 지은아’ 그랬더니 제 목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떠서 저와 눈을 딱 마주치는 거예요. 그러고는 눈을 감고 다시 못 떴어요.” 생후 8개월 만이었다. 베란다 너머 하늘을 바라보는 이씨의 목소리는 계속 떨렸다.
고씨 부부가 딸의 죽음이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수주 후였다. 2011년 초 우연히 접한 TV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해 조사를 의뢰했다. 한 달이 넘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재차 전화했다. 담당자가 없다고 했다. 4개월 후 다시 전화했더니 “곧 방송에 나올 테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해 8월 김씨는 방송을 봤지만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되는” 사례에 자신의 딸이 포함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해를 넘겨 2012년 2월 동물실험(독성실험) 최종 결과가 나왔고 ‘CMIT/MIT’ 성분의 제품에선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 메이트’만 사용했던 고씨 부부는 어안이 벙벙했다. 딸이 겪은 일은 다른 피해자들과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심이 들었죠. 이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다고 들었는데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까.”
고씨가 12일 아침 ‘CMIT/MIT’ 성분을 환경부가 지난해 9월 독성물질로 지정했었다는 경향신문 보도를 접하고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선 이유다.
“정부가 이제는제발 정확히 조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덮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묻혔다만 하잖아요.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서로 얘기조차 편하게 할 수 없었어요.”
일주일 뒤는 지은이의 생일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정확한 조사와 책임있는 사람에게 마땅한 벌을 묻는 것, 그것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