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사설]부처간 칸막이에 막힌 가습기살균제 대책
경향신문 2013년 4월 13일자 [사설]입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독성이 없다고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 CMIT와 MIT에 대해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유독물로 지정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와 시민단체에 접수된 피해 신고 사례만 359건이고, 112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생활용품이다. 지금도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고 인과관계 규명이나 피해 구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중대한 사안과 관련해
정부부처가 서로 정반대의 판단을 하고도 7개월째 모른 체하고 있었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적극 대처해왔던 복지부의 최근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인과관계가 확인된 6종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리고 추가로 의심사례 신고
접수를 받는가 하면 민·관으로 구성된 폐손상조사위원회까지 가동했던 복지부가 최근 조사위의 추가 보완조사 요구마저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CMIT와 MIT 성분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58명이고 18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이들 성분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한 사망자만도 5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추가 보완조사 불가 입장을 밝혔고
민간 조사위원들은 “더 이상의 활동이 무의미하다”며 전원 사퇴키로 했다고 한다.
환경부도 CMIT와 MIT를 유독물로 지정하고 관보에 게재한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 제품의 안전관리는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한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강조한 ‘부처 간 칸막이 제거’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제품 안전관리는 지난해 11월
총리실 주재 차관회의에서 환경부로 일원화하기로 한 마당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음에도 국민 생활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듯한 행정을 보인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복지부는 신고된 사례에 대해 정밀조사에 나서야 한다. 폐손상조사위의 추가 조사 요구부터 즉각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유독물로 지정한 CMIT와 MIT는 4종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뿐 아니라 샴푸·물티슈 등 여러 생활용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확인조사를 실시해 그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