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5 [MBC 특집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30만 명"…혈관 통해 질병 유발
[뉴스데스크]◀ 앵커 ▶
일요일 뉴스데스크는 충격적인 단독보도로 시작합니다.
세월호 사고와 함께 사회적 참사로 인정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지금까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6백여 명입니다.
그런데 MBC 취재진이 입수한 정부 보고서를 보면 피해자는 이보다 수백 배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은 중증환자만 2만 명 이상, 피해자는 30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손병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환경부 의뢰로 환경독성보건학회가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44명 학자들이 9달 동안 연구한 결과, 가습기살균제 시판 이후 살균제와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던 스무 가지 이상의 질병이 급증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 범위인 폐질환과 천식, 태아 영향 등 3가지를 크게 넘어섭니다.
보고서는 특히 "독성 간염과 폐렴, 기관지 확장증은 가습기살균제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간질성폐렴은 3세 미만 어린이와 20대 젊은이, 40~50대 중장년층에서 환자가 20배 폭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환자 급증이 "가습기살균제와 연관된 사실이 확인되며 살균제를 장시간 사용한 사람들일수록 발병률이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홍윤철/서울대 의대 교수]
"(개인에 대해서) 악화됐는지, 또는 새롭게 생긴 것인지 이렇게 파악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집단을 통해서 관찰하면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폐로 침투해 기관지 세포를 파괴하는 가습기살균제 성분.
[박경복/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피를 토하는데 하루 저녁에도 1회용 컵으로 두 컵, 세 컵씩 나올 정도예요."
이어 혈관을 통해 피가 통하는 곳 어디든 공격할 수 있어, 고통은 호흡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박경복 씨는 숨쉬는 것은 물론 귀에 통증이 심해지고,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청력이 떨어졌습니다.
[박경복/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엥~ 하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 거죠. 이게 모기 소리야, 파리 소리야, 무슨 쇳소리야,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예요."
연구진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30만에서 40만 명, 중증 피해자만 2만에서 4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최예용/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소위원장]
"무려 17, 18년 동안 1천만 개가 넘게 팔렸어요. 그리고 이 제품을 한 번 쓸 때는 단 한 사람만 쓰는 경우는 많지 않고 가족이 쓰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그동안 인정한 규모보다 훨씬 더 많을 거란 정부 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