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지원 특별법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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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지원 특별법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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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지원 특별법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가

시민언론 민들레, 2026년 2월25일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원전은 산업정책 이전에 국민 안전 걸린 문제


iSMR 설계 충분한 검사 접근성 확보 못해

과방위 통과 특별법은 예방정비 원칙 악화


2014년 10월, 나는 영광 주민들의 요청으로 한빛원전 안전성 검증을 지원하는 전문가팀을 구성하여 현장에 있었다. 그때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누설 사고가 발생했다. 분노한 주민들의 떨리는 목소리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방사능 누설 사고로 건강문제도 있겠지만 지역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 광주 지역에서는 학교 급식에서 영광 농산물을 제외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주민에게는 이 문제가 단순한 건강문제가 아닌, 공포 그 자체였다.

원전은 사고 이후 조치가 아닌 예방정비 원칙이 기본

증기발생기는 원전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다. 70바 이상의 압력이 걸리는 세관이 직경 2cm, 두께 약 1mm에 불과하다. 1000MW급 원전에는 증기발생기 당 세관수가 약 8000 개, 1400MW급에는 1만 4000 개가 넘는다. 이 중 단 하나만 누설되어도 방사능은 외부로 나간다. 그래서 원전은 사고 이후 조치하는 체계가 아니라, 누설이 발생하기 전에 발견하고 차단하는 예방정비(Preventive Maintenance) 원칙을 적용한다.

당시 사고에서는 누설 감지 계측기 6대 중 5대가 정비불량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음이 밝혀졌고 누설 증기발생기를 확인하는 동안 누설이 계속 진행되었다. 한수원은 누설량 발표를 1.8GBq에서 18GBq로 번복했다. 축소발표 의혹마저 나왔다. 이후 한빛과 한울 원전의 증기발생기를 대거 교체해야 했다. 이를 위해 수년간의 원전 가동정지와 막대한 교체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안전규정이 요구하는 더 큰 누설과 사고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예방 조치였다.

 

증기발생기 결함으로 7개월간 가동이 중지됐던 한빛원전 3호기(전남 영광·100만㎾급)가 재가동 4일 만인 16일 오후 1시 34분께 핵심 설비 고장으로 다시 멈춰섰다. 사진은 이날 한빛원전 일대 접근이 통제 중인 모습. 2015.4.16 연합뉴스
증기발생기 결함으로 7개월간 가동이 중지됐던 한빛원전 3호기(전남 영광·100만㎾급)가 재가동 4일 만인 16일 오후 1시 34분께 핵심 설비 고장으로 다시 멈춰섰다. 사진은 이날 한빛원전 일대 접근이 통제 중인 모습. 2015.4.16 연합뉴스


원전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검사성(Inspectability), 정비성(Maintainability), 운전성(Operability)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요건이 아니라, 방사능 누설 가능성을 전제로 한 원전 안전의 기본 원칙이다. 설계 자체가 검사와 예방정비를 가능하게 하지 못한다면, 안전은 성립할 수 없다. 원전은 방사능이 누설된 뒤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누설되기 전에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예방을 위해 사전 차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계가 구조적으로 검사와 정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검사 접근성 어려운 설계 문제를 안전규정 바꿔서 해결한다?

현재 추진 중인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iSMR)는 원자로 내부에 증기발생기 등 기기를 일체형으로 배치하고 있다. 길이 약 23m에 이르는 용기 안에 소형 증기발생기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열교환기 세관은 조밀 나선형(Spiral)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존 대형원전에 적용해 온 탐촉자 삽입 방식의 비파괴검사나 누설예방을 위한 주기적 세관 검사·정비를 동일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iSMR 설계는 예방정비를 전제로 한 충분한 검사 접근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설계가 그대로 허용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철학의 후퇴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최근 원안위가 검토·승인한 SMR 규제개발 로드맵에는 ‘대체적용’ 개념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기존 안전요건을 완화하거나 별도의 기준으로 대신 적용하는 방안을 열어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신규 원전에 대해 ITAAC(Inspections, Tests, Analyses, and Acceptance Criteria) 체계를 적용한다. 물론 우리나라 안전규정도 이를 적용하여 설계와 건설 단계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검사하고 어떤 수용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정한다. 하지만 검사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설계라면, 인허가 이전 단계에서 설계부터 수정해야 할 일이지 이를 허용하기 위해 안전규정을 바꾸는 대체적용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 과방위원회가 통과시킨 SMR 지원 특별법은 개발 촉진과 특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별법이 기존 원자력안전법이나 환경 관련 규정 등 다른 법에 우선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예방정비 원칙과 검사성 요구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누설 전에 검사하고 조치한다”는 안전의 원칙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스마트원자로는 20년 이상 개념설계와 표준설계 인가를 반복했지만, 초도설계에 따른 불확실성이 우려되어 설치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원자력의 기술도입은 충분한 가동 이력을 가진 설계만 도입해 왔기에 대형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iSMR은 상업 운전 경험이 없는 초도설계(FOAK)다. 그럼에도 11차 전력계획에 반영하여 2035년까지 설치·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검증보다 정책이 앞서는 모습이다. 현재 경주 감포의 문무대왕연구소에 부지까지 벌써 다 만들어 놓았다. 무슨 연유로 이리도 서두르는지 알 수가 없다.

국회 과방위가 해야 할 일은 특혜 지원 아닌 검증과 투명성

국민이 우려하고 묻는 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 설계는 구조적으로 검사 가능한가?

예방정비 원칙을 유지할 수 있는가?

설계 단계에서 ITAAC에 준하는 수용기준이 마련되어 있는가?

특별법은 기존 안전체계를 약화시키지 않는가?

원전은 산업정책으로 다루기 전에 국민 안전의 문제가 걸려 있다. 연구라는 명목으로 누설을 예방할 수 없는 설계를 허용하며 지원금을 미끼로 주민을 방사선으로 위협하는 것은 핵테러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혜지원과 속도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검증과 투명성이다. 더욱이 무리한 대체적용 규정까지 만들어가면서 위태롭게 원자로를 설치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는 분명 국민주권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 이러다 원전사고 한번 나면 빛의 힘으로 어렵게 되찾아온 국민주권정부 뿐 아니라 국가 경제까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최민희 위원장은 SMR 지원 특별법이 기존 안전 철학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 앞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원전은 지원과 특혜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 위에 서야 한다. 그 검증의 수준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되어야 하며 사업자의 눈높이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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