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습기 살균제 서울대 실험 당시 '연구원 반발 있었다' 진술 확보
檢, 가습기 살균제 서울대 실험 당시 '연구원 반발 있었다' 진술 확보
뉴시스 2016 4 17
서울대 연구진, 실험 환경 등 이유로 실험 의뢰 거절 건의
檢, A교수 개인계좌에 송금된 수천만원과 연관성 수사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을 서울대학교에 의뢰하자 이 학교 연구팀 중 일부가 '신뢰할 수 있는 결과 도출이 어렵다'며 실험을 반대했다는 내부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내부 반발에도 실험이 강행된 이유와 이 실험을 주도했던 서울대 A교수의 개인계좌에 옥시가 수천만원을 송금한 것과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중이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동물실험을 했던 서울대 연구진을 소환조사 하는 과정에서 "애초엔 이 실험 진행을 반대했는데 A교수가 강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연구원 중 일부가 "대학 실험실 환경이 불결해 흡입 독성 실험을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A교수에게 옥시의 실험 의뢰를 거절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진술도 받았다.
특히 검찰은 이 무렵 실험을 주도했던 A교수의 개인 계좌에 옥시로부터 거액이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돈이 어떤 용도로 받은 것인지, 사용처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A교수는 이 돈의 성격과 관련 지난 15일 변호사를 통해 "옥시 측으로부터 개인계좌로 연구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자문료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모두 신고했고 연구실 비정규직 직원 명절 격려금, MT 비용 지원 등 공적인 용도로 모두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연구 용역비에 이미 자문료가 포함된 상황에서 개인계좌로 별도의 자문료를 더 받은 것은 통상적인 연구 진행 절차와 다르다고 판단, A교수를 사법처리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교수 연구팀은 2011년 말 가습기 살균제가 포함되지 않은 수돗물만을 분무한 대조군과 가습기 살균제가 각각 0.5%, 1%, 2% 함유된 물을 분무한 실험군을 설정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대조군을 포함한 모든 쥐가 폐 염증 등 이상증상이 나타나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결과를 내렸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연구진은 "대조군에도 이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쥐를 사용하거나 제대로 실험 환경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럴 경우 보통 재실험을 한다. 신뢰성이 있는 실험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서 별도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자사 제품이 무해하다는 실험 결과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알았나…치열한 공방 전망
연합뉴스 2016 4 17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된 검찰 조사가 속도를 내면서 살균제를 제조·판매했던 업체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가까워졌다.
제조·유통업체들은 사전에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도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것인지를 두고 검찰이나 원료를 납품한 업체와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17일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임직원들이 이미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조만간 검찰에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가장 중점적으로 수사할 대상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를 원료로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롯데마트·홈플러스·버터플라이이펙트 등이다.
이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이들이 전체 피해자의 80%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쟁점은 문제가 된 제품을 제조·판매한 업체들이 인체 유해성을 예견했는지 여부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사망자가 늘어나자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살균제는 주요 성분이 PHMG/PGH인 제품과 CMIT(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인 제품으로 나뉘는데 정부는 2012년 CMIT/MIT가 폐 손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했고 경찰은 이런 발표와 자체 조사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PHMG/PGH 살균제 제조·판매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옥시가 살균제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황에서 나머지 업체들이 매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색 맞추기용으로 뛰어든 것이므로 위험성을 알고도 팔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옥시 등에 PHMG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은 2003년 호주 수출 당시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했고 국내 제조사에도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MSDS)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MSDS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관리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성분과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담은 자료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학물질 또는 이런 물질을 함유한 원료를 양도할 때 제공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조·유통업체들은 MSDS를 받았다는 것이 제품의 유해성을 인지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MSDS는 취급상의 주의사항과 안전수칙을 담은 자료지 해당 물질을 섞은 제품을 만들었을 경우 소비자가 인체에 해를 입는다는 점을 고지하는 자료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습기 살균제 판매사 관계자는 "암모니아나 락스도 모두 MSDS에서 유해성을 언급하는 물질"이라며 "MSDS만으로 인체 유해성을 예견했다고 한다면 탈취제나 세제는 전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관계자도 "MSDS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작업장 환기나 마스크 착용 등을 꼼꼼하게 해 안전을 지키라고 전달하는 정보"라며 "완제품의 유해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PHMG/PGH를코나 입으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었던 점, 정부가 살균제 사건 이후 고시를 통해 살균제 제조 관련 규정을 강화한 점 등을 들어 유해성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가습기 살균제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굳이 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제조·판매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각 업체들이 유해성을 예측하고도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는가에 대해서는 공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결론짓고 조만간 관련자 소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