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써보겠냐 질문에 런던 본사 임원 고개 절레절레”
- “가습기 살균제 써보겠냐 질문에 런던 본사 임원 고개 절레절레”
경향신문 2015 10 19
ㆍ유엔 유해물질 특별보고관 첫 방한…피해자들과 면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유해물질 특별보고관 배스컷 툰칵을 만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의 눈빛은 기대감과 절실함으로 가득했다.
지난 12일 방한한 툰칵 특별보고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김포 거물대리·초원지리 일대 주민의 환경피해 등 유해물질로 인한 국내 피해와 법·제도, 정부 대응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유해물질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어머니와 함께 옥시싹싹을 사용하다 어머니가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사망한 유모씨는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만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도 폐질환, 심장질환,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는 유씨는 툰칵 특보와의 대화 중 감정이 복받쳐몸상태가 악화되자 먼저 귀가했다.
지난 5월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낳은 옥시래킷벤키저의 런던 본사로 항의 방문을 다녀온 맹창수씨는 “래킷벤키저 부사장 등 임원들에게 당신네 가습기 살균제를 써보겠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래킷벤키저사가 런던에서 만났을 때는 대화에 나설 것처럼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자 만나주지도 않아서 더 상처를 입었다”며 “다행히 유엔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딸 둘과 부인이 옥시싹싹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김모씨는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숨쉬는 것을 힘들어한다”며 “스테로이드 약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보니 여자아이 얼굴에 털이 많이 나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가해기업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유엔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툰칵 특보는 19일부터는 옥시래킷벤키저 ·환경부 관계자 등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툰칵 특보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한 중에 조사한 결과를 사전권고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식 보고서는 2016년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되며, 피해자 구제와 가해기업 처벌에 대한 강력한 권고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추가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는 모두 143명으로 늘어났다. 새로 확인된 사망자 장모씨(38)는 애경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이 폐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피해 사례도 이날 처음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윤모씨는 2001년 12월부터 2002년 3월까지 3개월간 옥시래킷벤키저의 옥시싹싹 제품을 사용하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폐기능을 50% 정도 상실했다. 그는 2011년 폐암 진단을 받았으며 왼쪽 폐 절반가량을 절제한 상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처음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것으로부터 10여년이 지나 암이 발병한 것으로 볼 때 2011년 이전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서도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장은 “폐암, 심장질환, 피부질환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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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유엔측이 낸 보도자료에 나온 특별보고관의 한글이름은 [바스쿠트 툰작]으로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