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정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규정... 구제→배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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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규정... 구제→배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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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24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주도해 배상에 나서기로 했다. "여러모로 획기적으로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가 부담하는 배상 수준이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11년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고, 그 이후로도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얼마나 억울하고 참담하셨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라면서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관리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겠다"라고 다짐했다.

1995년 사망자가 발생한 뒤부터 2011년 신종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참사로 명확히 규정했다. 또 피해자들과 협의해 추모일을 정해서 공식 추모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존 피해구제체계는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 정부의 피해구제자금 출연은 지난 2019~2021년 이뤄졌다가 중단됐는데, 우선 2026년에 100억원을 출연하는 것으로 정부 출연을 재개한다.

현재 환경부에 있는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하며, 일실이익(장래 얻을 수 있었지만 질병으로 잃은 소득), 위자료 등을 지급한다. 배상금은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일부 금액을 먼저 받은 뒤 치료비는 지속적으로 수령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3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장기 소멸시효는 아예 폐지한다. '손해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안 날부터 10년'으로 돼 있는 단기 소멸시효는 배상금 신청일부터 진행이 중단된다.

정부는 피해자의 생애주기별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중·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하면 추첨하지 않고 우선 배정하고, 대학교 등록금을 일부 지원한다. 병역 판정에서 피해자의 건강 특성을 고려해 현역 입대 시 총·박격포 등 신체활동이 많이 필요한 주특기를 부여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진료를 받을 때 본인일부부담금을 먼저 내고 나중에 정산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먼저 대납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또 성장과정 중 건강상태를 분석해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경우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강피해 인과관계 연구를 호흡기계 중심에서 만성 및 전신질환과 그 후유증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2026년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방식의 전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오랜기간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며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획기적으로 진일보 했지만, 내년 출연금이 100억?"

오랫동안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알리고 피해자들을 도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피해구제에서 배상으로 전환하고, 배상금 수령에 피해자 선택권을 보장한 점, 사고가 아닌 참사로 규정한 점, 국가 추모 추진 등 여러 면에서 획기적으로 진일보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 소장은 "핵심은 국가의 배상 수준인데, 2026년 출연 금액 100억 원은 '국가 배상'이라는 요란한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작다"면서 "2022년에 무산된 피해 구제 조정위원회 1차 조정안의 총액이 9000억원 이상인데, 이 중에서 국가의 부담이 30% 정도, 3000억 원 정도는 되어야 실질적인 국가 배상이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는데, 가려진 피해자를 찾아내겠다는 의지는 찾을 수 없고, 정부 각 부처의 책임에 대한 표명이 없는 부분도 이번 대책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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