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시뉴스] 학원가 '석면 범벅', 방학 맞아 학생 몰리는데…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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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8:45
학원가 '석면 범벅', 방학 맞아 학생 몰리는데…
SBS8시뉴스 2014년 7월28일 월요일자
앵커>
서울의 유명 학원가 건물 수십군데서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이 검출됐습니다. 석면 자재는 이미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지만 그 전에 지어진 건물은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방학을 맞아서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 시간이 훨씬 늘었는데 걱정입니다.
기동취재, 정윤식 기자입니다.
<기자>
학원 300곳이 밀집한 서울 노원구의 학원가입니다.
멀쩡해 보이는 겉과 달리 내부 곳곳이 파손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환경단체와 점검에 나섰습니다.
깨지고 부서지고, 두 동강이 나 있거나, 큰 구멍이 방치된 곳도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 내려앉은 천장도 있습니다.
깨진 틈으로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봤습니다.
끝이 뾰족한 섬유질이 화면에 들어옵니다.
석면 분석 공인기관에 의뢰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으로 확인됐습니다.
[임흥규/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 이런 상황은 계속해서 비산(가루가 공중에 흩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백석면은, 은행사거리 학원가의 83%인 건물 25곳에서 검출됐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 3만 명이 석면 위험에 노출된 겁니다.
[근처 학교 학생 : (학원에 방학 때 몇 시간 있는 거예요?) 4시간씩인데 주말에는 8시간 있어요.]
서울 대치동 학원가 4개 건물에서도 백석면이 검출됐습니다.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는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기존의 석면재 교체를 강제할 규정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교체하자니, 비용이 문제입니다.
[건축업체 관계자 : 조그만 거라도 무조건 (석면 폐기물로) 선정되면 최하가 150만 원이에요. (버리는 금액이요?) 아니, 신고하는 것만요. 버리는 건 또 따로 내야 해요.]
석면 입자는 소량이라도 폐로 들어갈 경우 악성중피종을 비롯한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합니다.
최근 2년 반 동안 인정된 석면피해 현황을 보면 20대에서 50대 연령대의 피해자가 3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이 피해자들이 10대 나이에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짧으면 20대 30대, 늦어도 4~50대 굉장히 이른 나이에 석면 암에 걸리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됩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석면 천장재 교체를 의무화하는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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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학원가 노원구, 건물 83% 석면 노출" 보고서
SBS 2014년 7월29일
최대 학원가로 꼽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일대 학원건물 10개 동 중 8개 동 이상이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노원구 중계동과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대한 석면 실태 조사를 벌여 작성한 보고서를 오늘(29일) 발표했습니다.
석면은 입자가 소량이라도 폐로 들어갈 경우 악성중피종을 비롯한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큰 물질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계동 학원가의 학원건물 30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83%인 건물 25개 동에서 석면을 건축자재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석면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건물은 10%(3개 동)에 그쳤고, 나머지 2개 동은 석면의심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습니다.
'은행사거리'라 불리는 중계동 학원가는 대치동과 더불어 서울 최대 규모의 학원 밀집 지역이다.
2013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노원구에 약 590여개의 학원이 있고, 학원생 수는 7만2천여명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이 수치에 이번 조사 결과를 대입해보면 학원 약 300여곳, 4만5천여명의 학원생들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방학을 맞아 초·중·고교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석면노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대치동의 경우 학원이 입주한 건물 5개 동을 조사한 결과 건물 4곳의 시료에서 백석면이 검출됐습니다.
특히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건물들은 곳곳에 구멍이 나는 등 파손된 곳도 있어 석면비산(가루가 공중에 흩어지는 현상)이 일어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면적이 큰 다중이용시설은 석면지도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작 대부분의 학원이 중소형이어서 석면관리규정에서 제외됐다"며 "모든 학원 건물에 대해 석면 안전 관리를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