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1970년에 설립되었다. ⓒ시사IN 이명익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1970년에 설립되었다. ⓒ시사IN 이명익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은 태백산, 연화산, 삼방산, 면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경북 최북단 산간마을이다. 석포면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런 석포면의 정중앙에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다. 공장을 둘러싼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제련소는 산자락 단면이 훤히 보이게 골짜기를 파헤친 자리에 서 있다. 공장 주변을 둘러싼 붉은 암석들은 삭았고 고목들은 바짝 말라 있었다.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영풍제련소대책위)’ 회장이 그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며 오염된 물 때문에 커다란 바위들이 산성화되면서 시뻘게졌다. 어린 초목이 땅에 박혀 있질 못하고 뿌리가 다 드러나 흘러내린다. 공장 인근은 몇 년 후면 민둥산이 될 거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허연 수증기가 실안개와 뒤섞이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시사IN〉 취재진이 본 3월26일 영풍 석포제련소 풍경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주식회사 영풍그룹 소유의 아연 생산업체다. 연간 최대 아연 40만t, 황산 72만t을 생산하는데, 생산량이 세계 4위 규모다. 재계 순위 28위(2023년 자산총액 기준)인 영풍그룹의 뿌리이자 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한 사업체이기도 하다. 2023년 영풍그룹의 제련 부문 매출은 약 1조5466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1%를 차지한다.

영풍은 1970년 일본 도호아연과 손잡고 석포제련소를 설립했다. 당시 일본에선 광산과 제련소에서 배출된 카드뮴으로 인한 이타이이타이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도호아연은 해외로 눈을 돌려 한국의 영풍과 새 사업을 시작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깊은 산골에 있어 오랫동안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2014년 제3공장을 불법 증축하려다 이에 반발하는 주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영풍제련소대책위가 만들어지며 주목을 받았다. 봉화군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주민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지만 결국 3공장은 2015년 5월부터 가동됐다. 당시 영풍그룹은 건축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으로 약 14억원을 지불했다.

3월26일 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앞에 선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회장. ⓒ시사IN 이명익3월26일 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앞에 선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회장. ⓒ시사IN 이명익

이후 시민단체와 환경부 조사로 광범위한 환경오염 실태가 밝혀졌고, 영풍그룹은 지난 10여 년간 국정감사에 단골 기업으로 불려 나갔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지방환경청과 경상북도, 봉화군이 55회에 걸쳐 대기·수질·토양·지하수를 점검했는데, 3년간 대기 측정 기록부 1868건을 조작하고 무허가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는 등 총 76건에 이르는 환경 법령 위반 사안이 적발되고 이 중 25건은 고발됐다. 봉화군은 제련소 안팎에서 아연·납·카드뮴 찌꺼기 등에 따른 심각한 토양오염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2015년부터 토양정화 명령을 아홉 차례 내리기도 했다.

환경부가 내준 통합환경허가


영풍 석포제련소는 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해 있어 수질오염의 원인으로도 끊임없이 지목돼왔다. 2019년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 쪽에서 제출한 하천수·지하수 현황 보고를 분석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공장 내 지하수에서는 생활용수 기준 대비 최대 33만 배, 제련소 인근 낙동강 지표수에서는 하천 수질 기준 대비 최대 120배에 이르는 카드뮴이 검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최상류에 독성 중금속인 카드뮴을 불법 배출했다고 판단하고 2021년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열흘간 공장을 멈추기도 했다. 2018년 영풍 석포제련소는 불소, 셀레늄이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폐수를 낙동강에 무단 방류하다 적발돼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불응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3년 7개월간 재판이 이어졌다. 불소 배출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경상북도에서도 계산을 잘못했다며 조업정지를 10일만 인정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영풍 석포제련소는 질타를 받았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영풍 석포제련소를 두고 “이 회사는 악랄하다. 환경법 관련해서 위반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오염에 대해서 배출을 조작한 적도 있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회사가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 역시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환경 법령 위반 9건이 적발되고 고발 건수도 3건이나 된다며 ”한강수계 위에 석포제련소가 있다면 어떻겠나? 수도권 분들이 용인하겠나”라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산에서는 고사된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사IN 이명익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산에서는 고사된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사IN 이명익

하지만 영풍그룹은 ‘친환경 경영’을 내걸고 호조세를 이어왔다. 지속 가능한 투자 관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평가하는 한국ESG기준원(KCGS)은 영풍의 2023년 ESG 종합등급을 B+(양호)로 상향했다. 환경 부문에서는 B+(양호)로 2단계 상향했고 사회 부문에서는 A(우수)로 1단계 상향했으며 지배구조 부문은 B(보통) 등급을 유지했다.

2022년 12월에는 환경부가 영풍 석포제련소에 조건부 ‘통합환경허가’를 내주며 안정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통합환경허가란 2017년 시행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환경오염시설법)’에 따라 환경오염 시설에 대한 지도·단속 등 관리 권한을 지자체에서 환경부로 가져오도록 한 제도다. 통합환경허가를 받으려면 통합관리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만약 사업장이 환경오염시설법에서 정하는 허가 기준을 달성하지 못해 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조업정지 및 폐쇄 순서로 이어진다. 업종별 유예기간에 따라 영풍 석포제련소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해당 허가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그간 수십 차례 환경 법령을 위반해온 만큼 통합관리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런 예상과 달리 환경부에서는 환경오염시설법에서 정하는 허가 배출 기준과 허가 조건을 최대 3년 내에(2025년까지)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영풍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줬다. 허가 조건으로 제시된 개선 사항은 총 103건(세분류 총 235건)에 이른다. 환경부 통합허가제도과 담당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준 배경에 대해 “석포제련소가 환경법이 정립되기 전인 1970년에 지어진 공장인 만큼 오염물질로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피해를 줘온 건 맞지만, 이제 정기 검사를 받으며 이런 미흡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신기선 영풍제련소대책위 회장은 “세부 개선 사항(조건)이 235개라는 것은 문제가 235개 있다는 뜻이고, 그 정도 문제가 있다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측은 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2021년 5월부터 가동 중인 무방류 시스템은 공정 처리과정에서 사용된 처리수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공장에서 재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공장 폐수가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공장과 낙동강 사이에 지하수 차집 시설도 설치했다. 영풍 관계자는 “2025년까지 7150억원을 환경 부문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매년 시설 개선을 하고 있다. 개선 사안을 대구지방환경청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라며, 수질관리뿐만 아니라 토양정화 명령 이행, 굴뚝자동측정기(TMS) 추가 설치 등으로 토양·대기 오염 완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시사IN〉이 확보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2023년 말까지 이행해야 할 당해 할당량의 통합환경허가 조건을 모두 이행했으며 이는 103개 허가 조건 중 77.7%(80건)에 해당한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영풍 석포제련소 측의 주장을 반박한다. “무방류 시스템은 공정에서 사용한 물만 배출하지 않겠다는 거다. 공장 안에 내린 빗물은 처리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흘러 나간다. 지하수 차집 시설 역시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지하수는 강물과 달라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부 땅에 차수벽과 차집 시설을 설치해도 공장의 지하수가 흘러 나가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없다.” 가장 오염도가 심한 제1·2공장 부지의 토양정화 수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2023년 12월 봉화군 녹색환경과 자료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토양정화 명령 이행을 완료해야 하는 제1공장과 제2공장 부지의 정화처리 수준은 각각 47.3%, 10.3%에 그친다.

3월20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앞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영풍 석포제련소 운영 중단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3월20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앞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영풍 석포제련소 운영 중단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3개월 동안 6명이 죽거나 다쳐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란은 환경오염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월20일, 영풍그룹의 제37회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앞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3개월 동안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하청노동자 두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세 명이 발생한 산업재해 두 건을 지적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짐에 따라 지난 1월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영풍 법인과 대표이사, 제련소장과 하청업체 대표 등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틀 뒤 영풍제련소대책위가 장형진 전 영풍그룹 회장(현 영풍그룹 고문)을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지목하며 그를 고발하기도 했다. “법적 문제가 터지면 서류상 대표가 책임지면 되기 때문에 영풍은 지금껏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왔다. 이번에야말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적 책임을 실질 사주가 져야 한다”라는 이유였다.

2023년 12월6일 영풍 석포제련소 내 설비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맹독성 가스(아르신)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중 60대 하청업체 노동자는 치료를 받다 나흘 만에 숨졌다. 사망한 노동자의 몸에서는 비소 치사량인 0.3p㎜의 6배 이상인 2p㎜이 검출됐다. 〈대구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동법상 해당 작업을 진행할 때는 방독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숨진 노동자는 방진마스크만 쓴 것으로 파악됐다. 3월8일에는 냉각탑 석고 제거 작업을 하던 50대 초반 임시직 노동자가 떨어진 석고 물체에 맞아 사망했다. 3개월 만에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다시 발생한 산재였다.

3월26일 봉화에서 만난 영풍 석포제련소 퇴직자 진현철씨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내가 사장이라면 사람이 이렇게 계속 죽어 나가는데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라도 하겠다. 노동자가 일을 하다 죽어도 자기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말이 전부다.” 그는 2009년부터 6년 9개월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했다. 원래 강원도 태백탄광의 광부였던 그는 50대에 명예퇴직한 뒤 하청업체 직원으로 제련소에 들어갔다. “탄광들은 문을 닫는데 퇴직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제련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많이 들어갔다. 내가 어린 축에 속했다.”

진씨는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는 ‘필터 프레스’ 작업을 주로 했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가스를 얼굴에 뒤집어쓰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여과기 없는 방진마스크를 주는데 그게 가스를 막겠나? 어떤 사람은 하루 일하고 관두고, 어떤 사람은 2~3일 만에 일을 그만뒀다. 2인1조로 일하는데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나더러 ‘당신이 14번째 파트너야’라고 하더라.”

진현철씨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 ⓒ시사IN 이명익진현철씨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 ⓒ시사IN 이명익

대식가에 체중 100㎏이 넘었던 진씨는 어느 날부터 입맛이 없어지고 죽도 못 먹을 만큼 쇠약해졌다. 몸무게가 30㎏ 가까이 빠졌다. 2017년 그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1년 9개월간 심사한 끝에 산재 신청은 기각됐다. 2021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에야 법원으로부터 ‘산재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발병한 지 6년 만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판사 손혜정)은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등이 적발한 제련소 사업장의 작업환경 관리 문제를 지적하며 “원고(진현철씨)가 발암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낮았다고 쉽사리 평가할 수 없는 정황”이라는 점을 판결 이유로 설명했다.

60대에 입사해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16년간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한 김여랑씨 역시 숱한 산재를 목격했다. 제련소에서 일한 지 3일 만에 아연 용액을 옮기다 즉사한 사람을 봤다. 김씨 말에 따르면, 근무하는 동안 세척기에 깔린 피투성이 동료를 구하기도 했고, 벨트에 옷이 끼여 팔이 잘린 사람도 보았다. 그래도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공장에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거 보니까 너무 무서워서 생명보험까지 들었다. 남편이 퇴직하고 오래 병을 앓아서 먹고살려면 뭐든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했다.”

김씨는 지금도 제련소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말린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이 돈 벌려고 가는 거다. 나는 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청업체 사장이 월급을 다 주면 자기네는 망한다면서 끝까지 안 주더라. 그때 호흡기가 다 망가져서 숨도 편하게 못 쉰다. 진통제 없이는 잠도 못 자는 몸이 됐다.”

3월26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12년간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해온 김여랑씨. ⓒ시사IN 이명익3월26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12년간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해온 김여랑씨. ⓒ시사IN 이명익

안동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997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기록한 영풍 석포제련소 사망사고 일지에 따르면 △간질환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 △카드뮴 중독 △추락사 △침전물 처리 작업 중 빠짐 등으로 노동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2년에 한 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다른 회사에서도 산재 일어난다”


〈시사IN〉 취재 결과, 3월8일 마지막 사망자가 나오고 열흘 뒤인 3월18일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 노동자 한 명이 아연 쇳물에 두 다리가 빠져 심각한 부상을 입고 대구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분에게 (작업에 들어가기 전) 안전조치를 위해 허가서를 봐야 하니까 잠깐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허가서를 보러 간 사이에 아연을 녹여놓은 용탕에 본인이 발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에서도 크고 작은 산재들이 일어난다. 다 이렇게 하나하나 보도가 되어야 하는 사안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적 결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정치적 개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화를 이끌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주민·전문가·관계부처 지원단·민간단체들로 구성돼 2017년 출범한 안동댐상류환경관리협의회(현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이다. 2017년 영풍 석포제련소와 안동댐 중간지점에서 물고기 1만7000여 마리가 폐사하자 주민과 영풍제련소, 환경단체 등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정부가 이견을 조정하자며 협의회 운영을 제안했다. 환경부는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를 주축으로 낙동강 수질·퇴적물 오염 원인 공동조사 등도 추진했다. 2017년부터 5년간 이어진 모니터링 결과가 2022년에 발표됐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안동댐 상류 퇴적물의 카드뮴 오염에 석포제련소가 77∼95%가량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을 지원한 가장 영향력 있는 협의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협의회 조사 결과는 별다른 정책적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민들의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 추진안’을 환경부에 공식 제출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를 지적하는 환경단체들이 이에 반대하며 안동댐 앞에서 시위를 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3월4일 대구에서 열여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후,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대해 “전국적인 체계를 마련하라”고 환경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