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11] 낙동강 페놀 사태 30년, 우린 무엇을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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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11] 낙동강 페놀 사태 30년, 우린 무엇을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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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낙동강 페놀 사태 30년, 우린 무엇을 배우는가

(최예용, 프란치스코, 환경보건학자)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3월 28일 발행


기사원문: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798909&path=202103



2021년 3월 16일은 낙동강 페놀 사태가 발생한 지 30년 되는 날이다. 1991년 낙동강에서 발생한 페놀 오염사건과 이에 대한 대중의 각성은 한국에서 환경운동이 범시민운동으로써 필요함을 제기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물관리 및 환경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환경운동과 환경정책의 WAKE UP CALL’과 같은 것이었다.

두산그룹의 구미공장이 저지른 연이은 오염행위로 10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켜 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고, 대구는 물론이고 낙동강변 주요 도시에서 환경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으며 분노한 국민들은 오비맥주 불매운동으로 환경오염 기업에 책임을 물었다.

이 여파로 상수원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되고 일부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가 도입되었으며 상하수도 시설에 대대적인 시설투자가 이어졌다. 그러나 환경운동과 환경정책은 ‘먹는 물은 공공재로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는 오랜 한국적 전통을 잇지 못했고, 먹는 물을 생수통에 담아서 파는 물장사 판이 열리는 걸 막지 못했다.

페놀 사태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은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걸 꺼린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돗물이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고 홍보하지만 집집이, 사무실마다 정수기를 설치하고 생수를 사다 먹는다. 이에 따른 플라스틱 생수통 폐기물의 홍수는 점점 심각해져 간다.  

페놀 사태를 야기한 낙동강 상류의 구미보다도 더 위쪽인 경북 봉화에 위치한 오염기업 석포제련소는 여전히 가동되며 낙동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의 결과인 ‘녹조라떼’ 사진은 볼 때마다 섬뜩하다. 

2020년 11월 서울 마포의 성산시영아파트 수돗물 온수에서 페놀이 검출되었다. 오래된 온수통의 녹을 제거하고 내부코팅 작업을 한 후에 발생한 일이었다. 1120세대 수천 명이 페놀 냄새나는 온수에 노출됐다. 

“어린아이의 피부가 빨개지면서 발진이 돋는다, 양치질하다 헛구역질을 하고 온종일 입안에서 약품 냄새가 난다, 얼굴에 붉은 두드러기가 돋는다, 복통과 두통이 생기고 전에 없던 생리통이 생겼다, 냄새로 어지럼증이 난다, 눈에 다래끼가 생겼다.” 

이상은 아파트 주민대책위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주민들의 페놀 온수 피해 일부다.

여러 방송과 신문에서 마포의 페놀 온수 문제를 간간이 뉴스로 다루긴 하지만, 정확한 원인조사 및 주민피해조사 그리고 실질적인 대책은 이뤄지지 않고 주민들에게 안전한 온수는 공급되지 않고 있다.

먹는 물 판매, 낙동강 상류의 석포제련소 가동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라떼 그리고 서울 마포의 페놀 온수의 상황은, 우리 사회가 30년 전 페놀 사태로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떴던 눈을 다시 감았고 열었던 귀를 다시 닫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1천만 명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전 국민을 공분케 한 페놀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는 ‘페놀’이라는 말만 나와도 화들짝 놀라고 주위를 살피는 교훈이 남아 있어야 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했고, 건강피해경험자가 95만 명에 이르며, 사망자가 2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페놀 사태와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 중이다. 아직도 매일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교훈은 잊혀 간다. 이런저런 핑계로 진상규명은 멀어져가고 산업계와 정부는 화학물질 안전규제를 물타기 한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 중 가장 치사율이 높은 PGH라는 살균제원료를 수출했던 덴마크는 그들 나라에서 축산업계에서 살균용으로만 사용했고 사람들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PGH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했고 이 때문에 2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다. 수만 명이 죽고 다친 피해자가 나온 한국에서는 PGH를 뒤늦게 유해물질로 지정한 게 전부다. 교훈을 얻지 못한 사고와 참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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