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석면 추방에 앞장서는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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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석면 추방에 앞장서는 학부모들

최예용 0 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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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석면 추방에 앞장서는 학부모들


2017년 10월 17일자 한겨레신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공기 좋은 곳이라고 해서 이사 온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여기저기에서 재개발 붐이 일어서 석면 문제와 비산먼지로 천식을 앓는 아이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동네에 인접한 주공아파트 단지의 재개발로 인한 석면 문제를 우려하며 전교생의 70%가 넘는 930여명이 이틀간 등교를 거부한 경기도 과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학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분들이 평범한 엄마들인데 학교에서 석면 문제로 인한 상황이 발생하면 설거지하다 말고 달려가고, 음식쓰레기 버리다가 달려가고, 새벽 2시까지 회의하고, 날밤 새워 기자회견문 만들고, 식당에서 밥 먹고 있으면 아는 엄마들이 밥값 계산해주고 그래요. 테러당할지 모른다며 학부모들이 철거업체 차량 번호를 사진 찍어서 감시도 해줬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학교는 전국에서 석면 문제로부터 가장 안전한 학교가 될 거예요.” 과천의 다른 초등학교 학부모의 말이다.

 

석면은 광물로 가벼운 솜털과 같이 생겼는데 불에 타지 않는 성질 때문에 석면 슬레이트 지붕과 같은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되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건물에 의무적으로 석면을 사용하도록 했는데 학교의 경우 교실 천장재, 화장실 칸막이재 등이 석면 자재다. 석면 입자가 호흡기로 노출될 경우 폐암, 중피종암, 석면폐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사용을 금지했는데 그 이전에 사용한 석면 건축자재의 노후화로 인한 석면 노출 피해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전국 2만개 학교 중 85%가량이 석면 자재를 사용중이다.

 

대한민국 초등학교들이 석면 문제로 난리다. 전국 20여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전화해 방학 중 진행한 석면 철거로 생긴 교실오염 문제를 문의해왔다. 그런데 한결같이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괜찮다고 한단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전국 1300여개 초중고교에서 석면 철거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모두가 날림으로 진행되었다. 교육청은 단순한 학교시설물 개보수 정도로 여겼고, 일선 학교의 교장·교감과 행정실에서는 석면에 대해 무지했다. 석면 문제에 대해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있는 사람들은 초등학생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이었다.

 

사실 학교 석면 문제는 십여년 전부터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최근 방학을 이용해 석면 철거를 하는 학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난 겨울방학이 끝날 즈음에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 학교 20여곳을 조사했더니 하나같이 엉망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로 반응이 없었다. 이번에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리 석면을 감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가졌다. 여기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일을 냈다.

 

처음 소개한 과천의 초등학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석면 철거가 끝난 직후 10여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이 마스크를 쓰고 학교 구석구석을 살폈다. 석면 조각과 먼지가 없는 곳이 없었다. 현장에는 몇년씩이나 석면 철거의 경험이 있다는 철거사업자와 감리자 그리고 학교 행정직원이 있었는데 모두가 눈뜬 장님이었다.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학부모들은 직접 시료를 채취해 분석기관에 맡겼다. 석면 검출률이 90%에 달했다.

 

학부모들이 증거를 들이밀자 석면 철거를 허가한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내렸고 이 사례는 전국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2주간이나 개학을 연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학교 운동장에서 슬레이트 조각이 다수 발견됐다. 환경부는 소위 순환골재라는 이름으로 건축폐기물을 파쇄한 재활용골재를 판매하게 했다. 과천의 초등학교가 순환골재를 운동장에 사용했는데 석면 자재가 섞여 들어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환경부가 추천한 지질학 전문가는 딱딱한 슬레이트 조각은 비산되지 않아 괜찮다고 했단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의 흙에 섞인 석면 조각에서 석면 먼지가 비산되지 않는다니…. 환경부가 아니라 산업부라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석면을 철저하게 제거해내지 않으면 건축폐기물을 재활용한 순환골재의 이용은 이번 과천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와 같이 오히려 석면 문제를 확산시키는 환경오염원이 된다.

 

재건축, 학교 등에서 나라의 석면정책을 총괄하고 환경문제로부터 시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환경부의 활동은 전무하다. 하긴 학교 운동장 석면 문제에 대해 환경보건 전문가가 아니라 지질전문가를 내세우는 환경부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 2009년에도 환경부는 같은 일을 했다. 당시 잠실 등 전국의 주요 프로야구장의 내야 주루코스에 사용된 흙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는데 환경부는 어떤 전문가의 말을 빌려 “물 뿌리면 괜찮다”고 해서 비난을 샀다. 당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중이었는데 환경부를 핑계로 프로야구협회는 남은 경기를 강행한 후에야 석면흙을 제거했다.

 

대한민국에서 석면 문제에 관한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학교 석면과 재건축 석면 등 우리 주변의 각종 석면 문제가 인접한 초등학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석면 철거를 하는 곳에서는 반드시 학부모와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시민감시단을 가동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석면 오염 여부를 조사할 때 현재 법적 항목인 대기 조사 외에 바닥먼지 조사를 병행해야 석면 오염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있으니 석면 철거 후 확인 과정에 바닥먼지 조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포항에 사는 22살 한 대학생은 2년 전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발병해 왼쪽 폐를 제거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이 청년의 경우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의 석면 노출이 가장 주요한 석면암 발병 원인이었다. 학부모들이 학교 석면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비극을 아이들이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학부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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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 아래쪽 세번째 단락의 '2009년도에도 환경부는 같은 일을 했다' 밑줄 친 곳의 원래 원고 표현은 '2009년도에도 환경부는 같은 짓을 했다'였습니다~ 짧은 글이라서 대표적인 사례만 소개했지만 서울 월천초등학교 학부모와 인천지역, 일산지역, 용인지역, 수원지역, 대구, 포항, 부산, 강진, 해남, 제주 등 여러지역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앞장서서 학교석면문제를 제기하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내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모두 모두 파이팅입니다! 


위 글에서 소개한 과천의 두 초등학교 비대위 학부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클릭하시면 [함께사는길] 2017년도 9월호 대담기사에 자세히 소개되어있습니다 참고하세요 

http://eco-health.org/bbs/board.php?bo_table=sub02_03&wr_id=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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