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⑥] 피해 대책, '새 정부 초기'에 만들어야 한다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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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 17:48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사건, 이게 무슨 말?
[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⑥] 피해 대책, '새 정부 초기'에 만들어야 한다2017 6 7 오마이뉴스, 안종주
'안방의 세월호' '단군 이래 최대의 환경병'으로 일컫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환경 비극입니다. 피해자가 나온 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지도 6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의 전체 진상,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과 관련해 해결된 부분보다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시대를 맞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빼앗긴 숨-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란 연재물을 공동으로 기획해 10여 차례 싣습니다. 연재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여기엔 피해와 진상 규명, 그리고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이 포함됩니다. 또 정부와 국회, 사법당국, 전문가, 시민사회,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눈물의 편지도 몇 차례 싣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이에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시대를 맞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빼앗긴 숨-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란 연재물을 공동으로 기획해 10여 차례 싣습니다. 연재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여기엔 피해와 진상 규명, 그리고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이 포함됩니다. 또 정부와 국회, 사법당국, 전문가, 시민사회,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눈물의 편지도 몇 차례 싣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에 전하는 편지 발표를 하고 있다. | |
ⓒ 이희훈 |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 성격 규정에 따라 우리 사회나 국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군중 발포 책임자로 거론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폭도들'이 저지른 '광주사태'라고 한다. 역사적 성격 규정과는 정반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해서도 극우·친박 세력들은 해상교통사고 정도로 여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세월호 참사(재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국가재난'이란 성격 규정을 하고 그 해결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단순 사건인가? 아니면 사고인가? 그도 아니면 재난이나 참사인가?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축소하고 빨리 덮고 넘어가고 싶어 하는 이들은 '사고' 내지는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사과 발언을 검토하겠다는 말을 전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사고"라고 성격 규정을 했다. 아직 가습기살균제 참사(재난)에 대한 인식 부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사'를 사고 또는 사건으로만 인식해온 정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 펴낸 가습기살균제 백서의 제목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사건 백서'이다. 사건으로 규정한 뒤 그 앞에다 건강 피해라는 말을 붙인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건강 피해'란 말에서 사망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사건이란 말도 가치가 들어 있지 않은 용어이다. 실체를 온전히 드러내지 않으려 한 태도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피해자와 그 가족의 눈높이에서 가치를 더해 제목을 붙였더라면 '가습기살균제 집단사망 백서' 내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백서'가 적절할 것이다. 이 연재물의 팻말에 사건이란 말 대신에 참사라는 말을 붙인 까닭은 성격 규정이 중요하다는 나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이다.
성격 규정이 중요하다고 한 까닭은 피해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의 실체가 드러난 지난 2011년 이후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말과 행위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성격 규정이 정부 관료들의 인식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그림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림의 밑바탕이나 구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세부적인 붓 터치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사망자를 포함한 피해자 규모와 피해의 유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조사가 이어진다면 10년이 지나도 이 문제가 풀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2016년 8월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옥시 코리아 아타 샤프달 현 대표가 증인선서를 마치고 서약서를 우원식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
ⓒ 이희훈 |
구상권 전제로 한 판정과 피해구제 당장 고쳐야
'단군 이래 최악의 환경 재앙 내지 참사'라는 성격 규정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이처럼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해 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전제로 한 정부의 판정과 피해구제부터 잘못이라는 지적이 전문가, 환경시민단체, 피해자와 그 가족들한테서 일찍부터 나왔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질환이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된 때는 지난 2014년 3월이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명백하게 환경성이라는 참사의 실체가 드러난 지 3년 가까이 지나서였다. 그 뒤 피해 신고와 판정을 하다 보니 제때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특이 중증 폐질환에 대해서만 피해 인정을 해주니 피해 대책은 반쪽짜리가 아니라 반에 반쪽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시간은 아인슈타인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피해자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책임 추궁,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피해 대책은 어떤 질병과 증상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피해구제 내지는 보상을 해주느냐와 맞물려 있다. 관련성 확실 1단계, 관련성 높음 2단계, 관련성 낮음 3단계, 관련성 없음 4단계로 나누는 지금의 단계별 개별 인과 관계 판정이 정말로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판정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조차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차라리 '예, 아니오' 방식으로 판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피해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그 연장 선상에서 '적절한 수준의 대통령 사과발언 검토'와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 확대 대책 강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를 실천한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피해 대책을 마련한다면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이는 구상권을 전제로 긴급구제를 할 필요성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또 지난 1월 국회에서 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에 따라 조성될 피해구제기금에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일정 비율을 내놓아야 한다.
이 기금은 3단계와 4단계 피해자 중 긴급 의료비 구제와 1단계와 2단계 피해자 가운데 피해 배상을 받을 기업이 사라지고 없는 피해자와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국가 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그 대상을 더 확대할 수 있고 긴급구제 금액도 더 높일 수 있다. 그나마 막힌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발언 브리핑 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가 국가의 배상범위나 책임 한도(확대)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 개선이나 피해와 관련한 협상은 추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실망스러운 태도이다. 앞으로 3·4단계 지원과 피해 범위 확대가 그리 쉽게, 그리고 속도를 내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온전한 피해 대책, 참사의 성격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으로 피해 대책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나 국회도 이 점에서는 피해자나 환경시민단체와 같은 의견이다. 당시 이 법 제정에 깊이 관여했던 국회의원들조차 이 법이 피해 대책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데는 많이 부족하다고 시인했다. 법 보완이 그래서 시급히 필요하다.
온전한 피해 대책은 참사의 성격과 특성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환경부의 연구용역으로 이루어진 연구조사를 보면 가습기살균제로 건강 피해를 입은 사람은 대략 30만~4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극히 일부인 5500명 가량이 피해 신고를 했다.
따라서 하루빨리 중증 특이성 폐질환 이외 여러 다양한 호흡기질환과 기타 질환에 대한 판정 기준을 만들어 이들에 대해서도 피해 배상과 긴급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면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세상 밖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줄기차게 벌여야 한다. 피해자 찾기뿐만 아니라 피해자 판정은 어떻게 하고, 어떤 질환에 대해서 피해 판정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알려야 한다. 지금은 시늉만 하고 있다.
물론 그 전에 대규모 역학조사와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대한 독성 연구가 신속하게 이루어져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소규모 연구로는 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근거를 언제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시간은 우리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쇠도 달구어졌을 때 두드리라고 했다. 그래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연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기인 새 정부 초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