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⑤] 환경의 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제발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대통령에게 보낸 5통의 편지
[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⑤] 환경의 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안방의 세월호' '단군 이래 최대의 환경병'으로 일컫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환경 비극입니다. 피해자가 나온 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지도 6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의 전체 진상,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과 관련해 해결된 부분보다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시대를 맞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빼앗긴 숨-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란 연재물을 공동으로 기획해 10여 차례 싣습니다. 연재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여기엔 피해와 진상 규명, 그리고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이 포함됩니다. 또 정부와 국회, 사법당국, 전문가, 시민사회,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눈물의 편지도 몇 차례 싣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6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문재인대통령이 대선공약인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재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약속이행을 할 것을 촉구하며 5월 23일부터 광화문에서 매일 1인시위를 해오고 있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6월 5일 청와대앞 기자회견에서 아이와 부모를 잃은 유족, 목에 구멍을 내 숨쉬어야 하는 어린이 환자를 가진 엄마 등 참혹한 피해를 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청와대에 전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1. 부산 거주 쌍둥이피해자 엄마 김미향씨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2. 경기 의정부 거주 부친사망 유족 딸 김미란씨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3. 경기 양주 거주 어린이/아빠 가족피해자 아빠 이재성씨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4. 대구 거주 태아/영아 사망 엄마 권민정씨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5. 경기 용인 거주 피해자 55세 주부 김옥분씨의 편지
5월 31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는 모두 5615명입니다. 이 중 21.3%, 1195명이 사망자입니다. 5월에 사망자 8명을 포함해 49명이 추가로 접수되었습니다. 정부의 연구용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병원 진료를 받은 피해자가 30만~50만 명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지난 정부가 철저히 외면하고 살인기업은 법정 뒤에 숨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막 태어난 영유아와 산모 그리고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 2014년 1월13일 광화문 네거리, 가습기살균제 사망자들의 사망날짜가 표기된 날짜위에 아이들이 좋아하던 유품 인형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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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①] 부산 거주 쌍둥이피해자 엄마 김미향씨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님께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나라가 어지러운데 취임하셔서 노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부산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말재주도 글재주도 없어 이렇게 제 생각을 다 올리려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해해주시고 조금만 시간 내주셔서 읽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입은 가족 중 한 명입니다. 저희는 쌍둥이가 모두 살균제에 노출이 되었습니다. 한 명은 6개월 때 큰 고비를 넘겼고 한 명은 돌 무렵부터 지금까지 호흡을 의료기계 없이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SK케미칼에서 제조하고 애경산업에서 판매한 cmit/mit성분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사람입니다. 작년에 옥시, 롯데 등 떠들썩할 때 애경가습기메이트 등 제품은 아직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올해 늦어도 12월 전까지 성분실험을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성분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이걸 피해 입은 사람이 알아야지 어디다 알려주실 건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4월경에 일부 발표를 한다고 해 기다리고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에 저희는 피가 마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가습기메이트로 인해서 고통받는데 아무도 얘기조차 바로 해주는 분도 안 계시고 답답한 마음에 대통령님께 이렇게나마 하소연 올립니다.
살균제로 인해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자꾸 이 아픈 사람들을 밖으로 내몰지 마시지 말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가습기살균제 다시 꼭 조사해주시고 cmit/mit 성분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꼭 공개하여 피해자들 누구든지 알 수 있게 해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이 고통속에 울고 있습니다.
제발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부산 쌍둥이 엄마 올림
*2011년 정부의 사용중단 발표를 알지 못했던 나원이네는 그해와 이듬해 겨울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쌍둥이 모두 폐섬유화로 호흡곤란이 왔고 언니 나원이는 목에 구멍을 내 산소호흡기 사용해야 했다. 쌍둥이 모두 정부판정에서 '관련성 확실' 1단계가 나왔다. 하지만 가습기메이트 제조사인 SK케미칼과 판매사인 애경은 정부의 동물실험에서 폐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나원이는 지금도 목으로 숨 쉬고 가래를 뽑아내는 기기인 케뉼라를 사용하고 있다.
▲ 아이들을 재우고 밤 늦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써서 사진찍어 보내온 편지(왼쪽) 오른쪽 목에 구멍을 내서 호흡하고 가래를 뽑아내야 하는 나원이의 서울대병원 입원모습(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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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부산의 나원이 다원이 쌍둥이의 생명을 위협한 가습기살균제 애경 가습기메이트. 나원이는 성인이 될때까지 어쩌면 평생 목으로 산소호흡기를 넣어 숨을 쉬고 가래를 뽑아내며 살아야 할 형편이다.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한 SK케미칼과 판매한 애경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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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②] 경기 의정부 거주 부친사망 유족 딸 김미란씨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님께...
하루하루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가는 대한민국을 보며 기쁘면서도 많이 참담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3, 4단계는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 입니다... 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4단계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특발성 폐섬유화)으로 아버지께서 사망하신 피해자 유족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망자는 1190명 피해자는 5598명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희생된 3, 4단계 사망자 죽음도 억울합니다... 국회와 언론조차 3, 4단계는 증상이 경미하다 잘못 알고 있습니다!!! 4단계에도 폐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특발성 폐섬유화)으로 폐가 굳어 억울하게 희생되어 사망하고 폐이식을 해야 하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폐섬유화 중증판정도 엉망이고 엉터리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3, 4단계 폐섬유화도 1, 2단계 폐섬유화와 같습니다... 결국 1, 2단계의 급성폐섬유화도 양쪽 폐가 굳어 사망하고 3, 4단계 폐섬유화도 양쪽 폐가 굳어 숨을 못 쉬고 죽습니다... 똑같이 폐섬유화로 죽고 병들고 폐이식까지 하고 해야 하는 3, 4단계 피해자들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3, 4단계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 (특발성 폐섬유화) 사망자와 피해자들도 1, 2단계폐섬유화와 똑같이 폐가 하얗게 굳어 숨을 쉴 수 없어 생명유지 해주는 산소없이는 사실 수 없어 코에 산소를 넣어 주는 콧줄을 해야 하고 점점 더 폐가 굳어가면 산소 마스크를 해야 합니다... 결국엔 양쪽 폐가 돌처럼 딱딱하게 다 굳어 버려 폐기능을 상실하면 심장이 대신 폐가 할 일을 하느라 심장까지 나빠져 죽어야 합니다...
약도 없습니다!!! 폐이식만이 5~6년 더 살 수 있습니다... 폐이식을 해도 부작용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사망하셨습니다!!!
피해인정자로 인정되어 억울한 3, 4단계 피해자가 없어야 합니다! 피해인정자로 인정받아도 살아 돌아 오지 못하는 사망자분들과 건강했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미칠 것 같은 억울하고 원통한 유족들과 피해자들입니다... 억울한 3, 4단계 유족들과 피해자들도 피해자로 인정하여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게 해주셔야 합니다...
원인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인데 환경부는 가해기업의 입증 책임을 대신 살인기업 편에 서서 엉터리판정으로 면피하게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1단계와 2단계를 구분하는 엄격한 판정 기준을 갖고, 잘못된 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피해자는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잘못된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 정부는 가해자,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에게 면피를 제공하는 잘못된 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가족의 죽음만으로도 억울합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생명과 건강을 잃은 망자와 피해자들을 단계를 나눠 잔인하게 확인사살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자식을 떠나 보내고 부모를 잃고 가족을 잃은 3, 4단계 유족과 피해자분들은 피해자로 인정까지 받아야 하니... 더욱더 절망스럽고...비참합니다...
엉터리 폐섬유화 판정에 대한 대폭 보완 없이 재심 청구한 것도 2~3개월 더 기다리라 하네요... 폐섬유화의 엉터리 판정이 바뀌지 않은 판정결과는 또다시 피해자로 인정받기 힘들 겁니다! 참... 6년입니다... 기다리다 지쳐 다 죽고 다 병들어서... 싸울 힘도 없는 가습기살균제 3, 4단계 피해자들은 정말 원통 합니다...
5.18추모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가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가습기살균제 참사 3, 4단계 유족과 피해자들도 "그래 이게 나라다"란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3, 4단계 피해자들도 개돼지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살인기업들의 이윤 욕심으로 마루타처럼 실험용 쥐가 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3, 4단계 피해자들...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살아왔던 국민들을 죽이고 병들게 한 가해기업들들을 재수사 해 주시고 처벌받게 해 주셔야 합니다! 정부의 책임과 잘못도 인정하고 사과 해 주셔야 합니다! 엉터리 판정으로 더욱더 비참하고 억울한 3, 4단계가 되어버린 피해자와 유족들...
살인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억울한 죽음과 증상들을 단계를 나눠 차별하지 않고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없게 피인정자로 인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입니다...
부친을 잃은 딸 김미란
*김미란씨의 부친 김명천씨는 1948년생으로 경기도 안양시에 살던2007년경부터 애경 가습기메이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같은 가습기살균제를 2011년말 서울시 금천구로 이사할 때까지 약 5년여간 사용했습니다. 사용 첫해인 2007년 급성아토피성결막염과 인두염이 시작되었고 2010년에는 호흡곤란이 왔다.
7월에는 병원에서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폐질환'이 진단되었다. 2011년 이사한 후에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하지 않았지만 결막염과 폐질환 고통은 계속되었고 2013년에는 상세불명의 폐렴도 나타났다. 2014년에는 천식을 진단받았고 2015년 3월에는 호흡곤란이 심해져 집에서도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 했다. 10월 7일 고대 구로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모두 7차례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다. 2013년에 질병관리본부에 피해신고를 했지만 병원입원과 건강악화로 조사를 받지 못해 판정을 받지 못하다가 사망한 후인 올해 1월에야 유족이 정부조사에 응할 수 있었는데 지난 8월에 '관련성 거의 없음'의 4단계 판정이 나왔다.
[편지 ③] 경기 양주 거주 어린이/아빠 가족피해자 아빠 이재성씨의 편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님께
저는 경기도 양주시에 살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3차 신고자입니다. 저의 아들은 1세부터 6세까지 살균제에 노출되어 지난 판정조사에 4단계 판정을 받았고 저는 현재 판정 대기 중인 피해자입니다.
저는 지난 16년간 살균제로 인하여 제가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여러가지 잃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 위 헌법이 존중되려면 많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제대로 인정받고 치료받아야 함에도 지난 정부에서 6년간의 시간을 허비하고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의 경우는 공기가 좋다는 곳으로 이주하였지만 미세먼지와 황사, 공해와 계절마다 오는 몸의 질환으로 인해 많은 날을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에서는 개인택시를 하면서 정년퇴직 걱정을 안 하고 일 할 수 있는 자유를 잃어 버리고 개인택시를 포기하게 되었고 가정은 가정대로 부부간의 반목으로 파탄날 지경에 이르다가 1년 반을 살균제로 인해 집에서 뜻하지 않던 휴식을 하면서 경제적 궁핍에 일을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서 지금까지 힘겹게 일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다수가 현재 3, 4단계로 판정 나오는 결과를 알고 계시는지요? 최초의 급성 환자의 폐 질환 인정기준으로 1, 2단계를 정하다 보니까 지난 몇 년간 다수의 사망자와 중환자가 3, 4단계 피해자에게서도 나오고 경증이라는 이유로 판정 기준에서 배제된 것도 살균제의 건강피해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대통령님, 이 문제가 단시일 내에 해결될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제대로 된 판정조사의 개선과 지연된 이유에 대해 재조사해 주실 것과 3, 4단계 피해자의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해 주실 것도 살펴 주시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건의드립니다.
대통령님의 적폐청산과 대한민국의 발전이 국민의 힘과 함께 이룰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삼가 강녕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가습기살균제 3차 피해신고자 이재성 배상
*이재성씨는 10여 년간 옥시싹싹,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2006년생인 아들은 급성기관지염, 편도염, 천식, 알러지비염, 피부염, 결막염, 중이염, 인두염을 앓았는데 정부판정에서 4단계가 나왔다. 본인은 급성기관지염, 인두염, 편도염, 피부염, 비염, 결막염, 편두통, 불안장애, 간질환, 갑상선독성을 앓고 있다. 정부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 아들과 본인이 옥시싹싹과 애경 가습기메이트 사용피해환자인 이재성씨가 2017년 5월 24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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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④] 대구 거주 태아/영아 사망 엄마 권민정씨의 편지
진실과 만나고 싶습니다.
많은 인터뷰, 낯설은 방송출연, 아가의 이름조차 되뇌이기 아까워 입에 담지 못하며 살아왔지만 주먹 불끈 쥐고 이 싸움에 동참하리라 결심했을 때는 국가가 도와주리라는 믿음과 진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가해 기업을 벌하리라는 굳은 결심에 감당하기 힘든 기억과 묻어둔 눈물을 만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근데 전 지금 길을 잃었습니다. 저에게 국가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었고 출발은 했으나 결승전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길 한가운데 혼자 버려진 듯합니다.
10년도 더 된 일입니다. 둘째를 가지고 임신 31주 무렵 갑자기 찾아온 일... 병명도 모르는 뱃속 아가의 장기이상... 신장부분이 하얗게 보이는 초음파 판정의 결과와 아이의 건강상태 이상판정으로 2005년 3월 26일 저에게 찾아온 아가... 밤톨이의 손을 저는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가진 아가... 우리 동영이... 동영이는 저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임신말기... 출산이 다가오면서 다시 밤톨이와 흡사한 신장부분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반드시 살려낸다는 간절함으로 종합병원으로 옮겨 출산을 했습니다
세상에 온지 120여 일... 수많은 검사와 약투입으로 인한 주사바늘 인공호흡기 산소마스크..기관지 확장패치..고열..떨어지는 산소수치..엄마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고 눈도 제대로 못 맞추어보고 동영이는 차디찬 동해 포항 바다에 혼자...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유전 질환이 의심된다고 대구에서 서울로 유전학 전문의들에게 보내어지는 추천서를 손에 쥐면서까지 제가 다시 아가를 갖고자 한 것은 삶의 잔인한 운명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저 또한 먼저 간 아이들과 같은 길을 가리라는 결심에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용돌이치는 제 삶에서 막내 아가는 무사히 와 주었지만 그때까지 저의 불안함... 가족력조차 없는 이상한 유전병... 언제 발현될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두려움은 저의 삶을 한껏 웅크리게 하였고 아이둘을 머나먼 곳에 보내고도 살아내고 있는 저의 이중성에 마음이 아픈것조차 사치였던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들 속에 가습기살균제라는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충격적인 진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임신 시 내내 가빠오던 숨찬 현상들, 국내에서 본 적 없다는 의사선생님들의 난처한 표정들, 동영이 머리위로 달려있던 수많은 링겔병들, 기저귀 무게를 체크하는데 소변조차 나오지 않고 서서히 엄마를 떠나가려고 내딛는 동영이 생의 끝자락... 모든 지나간 나날들이 필름영상처럼 뇌리를 스쳐가던 고통스러운 시간속에 TV를 틀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가해기업의 광고...
진실을 만나리라 다짐하고 행동한 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제 아이 이름 옆에 4등급이라는 이게 뭔가... 싶은 이상한 낙인을 찍어 놓고 허망하게 주저앉는 죄인인 엄마입니다.
못난 제가 가진 삶의 그릇은 협소하기만 하기에 용량을 넘어선 슬픔을 만날 용기조차 없기에 저는 세월호 화면도 병원에 아픈 아가들도 쳐다보지 못합니다... 감히, 그들의 고통속에서 못난 저는 위로만 챙깁니다..너만 아픈 것은 아니다라는...
이 편지를 쓰는 이 순간에도 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피해자니까 알아달라 복수의 자격을 달라고 울부짖으며 누군가 가두어둔 벽 안에 갇혀 있습니다. 소중한 아가에게 유해물질은 몰아주고 걸러주지 못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 이기적인 엄마의 외침을 신조차도 외면하고 싶은가 봅니다. 살균제를 사서 넣고 가동시키고 아이를 연달아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했다는 저의 무지함의 죄를 가해기업과 그런 악의 제품을 승인시켜준 정부에게 조금만 나누어 달라는 기도는 저의 욕심인가 봅니다.
▲ 대구에 사는 권민정씨가 동영이를 임신했던 시기와 출산이후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에 노출되어 생후 120일 만에 사망한 아기 사진이 2014년8월28일 서울역 계단에서 전시된 피해자 유품 전시자리에 놓여있다. 엄마는 "아가야 엄마 아기 우리 새끼 미안하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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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이 인체 내에 흡입되면 개인의 신체상태나 여러 조건 환경에 따라 달리 반응하고 판단 내리기가 애매한 문제라는 것을 백프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사건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재앙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해결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는 확실하다고 봅니다. 등급을 확정하기 전 보류라는..배려..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하고 그들의 편에서 도와준다는 한 걸음씩 같이 나아가고 있다는 행동하는 정부..그런 것들은 없었습니다.
가해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들 편에서 유리한 실험조건으로 진실을 외면했던 지식인들..그나마 그들이 내어놓았지만 뒤로 감출 수밖에 없던 실험결과물들.. 은폐된 실험 결과 보고서가 언론에 의해 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실험쥐와 인간의 경우가 완전히 일치되지 않는다 하여도 모체 내 유해물질이 혈액을 돌다가 태반을 통과하여 성인에 비해 호르몬이나 유해물질 방어기전이 약한 태아나 태자의 장기에 이상을 일으켜 기형을 유발하거나 어린 개체의 사망수가 유해물질의 농도에 비례하여 상승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을 때 우리 아가의 억울한 죽음을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싸워 진실을 만났다고 목놓아 울면서 안도를 했습니다..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섣부른 안도였지요.
엄마인 당신은 왜 살아숨쉬고 있냐..라고 묻습니다..전 의사도 아니고 생명학자도 아니며 환경학자도 아닙니다..다만 나타난 현상만 말하고 있을 뿐인데 제 몸이 제 삶이 제 운명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등급이라는 벽은 쉽게 피해자들에게 설명되어지지 않았고 깨어지지 않았으며 사회적 관심도 이제 이 문제를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혈액을 돌아 태아에게 영향을 끼쳤고 기저질환으로 약해진 건강을 다잡으려고 더욱 건조함을 바꾸려고 가습기살균제로 손을 내밀었던 약자와 어린아이에게 나타난 여러 질환 양상들.. 피부질환 심장이상 면역체이상 등을 피해자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해자편에서 이론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연구하시는 몇몇 전문인들의 용기있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루생활 중 기상에서 수면의 시간까지 화학물질의 사용은 현실생활에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그래서 이 가습기 살균제의 해결과 연구는 끝낼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은폐되거나 축소된 진실에 관심을 주세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화학물질 규제에 엄격한 시스템과 서로 미루는 책임소재의 불분명함에 이리저리 피해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체계가 갖추어지길 바랍니다.
죗값을 다한 줄 알고 꿈틀꿈틀 다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물건을 내다 팔 궁리를 하는 기업에게 죽어간 아가들의 가빴던 호흡과 고통 살고자 했던 애절함, 살리려 했던 애절함을 그들도 느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세요.
대답하지 않는 메아리지만 다시 한번 외쳐봅니다.
꽃보다 예뻤던 저의 아가 밤톨이와 동영이는 실험쥐가 아니었고 우리나라가 지켜내야했던 국민이었습니다...
대구에서 두 아이를 잃은 엄마 권민정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를 주로 사용했던 권민정씨는 2003년생인 첫째는 천식과 비염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데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관련성 거의 없음' 4단계 판정이 나왔다. 2005년에 31주차의 둘째인 태아를 잃었다. 그리고 2006년말에 4개월 영아였던 동영이를 잃었다. 태아는 판정이 나오지 않았고 동영이는 4단계 판정이 나옸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던 2008년에 태어난 아이는 건강하다.
▲ 이 경향신문 기사의 제목 "세상은 묻습니다, 왜 엄마인 당신은 살아 숨쉬냐고"는 태아와 3개월짜리 영아를 연이어 잃은 권민정씨의 경우 2017년에 나온 '엄마가 폐손상 1-2단계여야 태아피해를 인정한다'는 정부의 태아인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를 권씨가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토로한 것이다.
ⓒ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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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⑤] 경기 용인 거주 피해자 55세 주부 김옥분씨의 편지
저는 55세의 주부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가능성 낮음(3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입니다.
약 10년 전 겨울철에는 집 안에 약간의 식물들이 있었지만 건조하여 한 대형마트에서 대기업에서 제조한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을 구입하였고, 그 제품에 있는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믿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약 4년간 늦가을부터 봄까지 약 4년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초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가슴통증 등 감기증상이 있어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나아지지는 않고 더 악화되어 동네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나아지질 않자 의사선생님이 더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면서 소견서를 써 주어 분당 소재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CT 및 폐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그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 등 약만 처방할 뿐 현재로서는 치료제가 없다고 하였고, 지금도 매년 2~3차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정기검진만 받고 있을 뿐 한번 망가진 폐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약 30% 정도의 폐 기능을 잃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특히 아침, 저녁으로는 기침이 더욱 심해 고통으로 일상적인 생활도 힘이 들어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또 다른 수많은 가습기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도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1.8.31경, 보건복지부에서 제 질병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고 발표하였고, 금년 5월까지 피해접수자 중 사망자가 약 1190명에 이르고 있다고 하고, 이 중에는 산모와 태아뿐 아니라,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얼굴도 모른 채 사망한 신생아도 부지기수에 이르고 있으며, 저와 같은 질병자도 수천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 정부에서는 가해기업들로부터 구상권을 청구하기도 전에 1·2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는 적은 액수나마 보상을 하고, 구상권 청구가 어렵다는 핑계로 3·4 등급 판정을 받은 같은 피해자이면서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정부에서도 아무런 보상조치를 하지 않자, 가해기업에서도 정부 기준을 근거로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사용한 제품을 제조한 옥시는 '허위 과장 광고 등'으로 벌금형을 받고 항고하여 2014.12월에는 대법원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여 패소하였고,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을 선임하여 대학교수 등을 매수하여 증거를 조작하는 등의 불법행위도 서슴없이 저질러 구속되기도 하였으며, 1·2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하면 그때서야 합의로 소송을 종결하고, 3·4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는 합의에 응하지도 않고 민사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으로 피해자들은 이중으로 정신적 경제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삶을 살아보려고 구입한 가습기살균제가 오히려 독이 되어 제 삶을 완전히 황폐화시켰지만, 이를 제조한 제조사나 관리 감독할 정부에서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3·4 등급 피해자들 중에는 1·2 등급 피해자보다도 더 심한 고통을 당하고 폐 이식을 한 분도 있고, 사망에 이른 피해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피해자를 접수한 결과 사망자가 천 명 이상에 이른다는 환경단체의 보고도 있는 등 그 피해자는 '세월호'보다도 더 휠씬 크지만 전 정부의 친화적인 대기업 정서, 환경에 대한 무지, 피해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피해자들을 등급을 매겨 보상을 달리하다 보니 큰 사회적인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 또한, '가능성 낮음(3등급)'의 판정을 받았지만, 폐 이외의 장기에도 손상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이런 부분들은 간과한 채, 보건복지부에서 피해자이면 피해자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일방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등급을 매긴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피해 경중에 따라 피해보상을 달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경미하다고 하여 피해보상을 하지 않겠다고 우기는 것과 똑같다고 할 것입니다.
새로운 정부나 가해기업에게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가습기살균제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같은 환경피해가 발생한다면 정부는 기업의 편이 되어 지금과 같이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게 할 것인지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에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만큼, 정부나 국회가 앞장서서 국정 조사와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검찰의 철저한 수사 등 피해 배상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수립하여 신뢰회복을 하여야 할 것이고, 기업에서도 철저한 반성과 함께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피해 배상에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가습기 피해자(3등급) 김옥분
*김옥분씨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간질성 폐질환 등의 진단을 받고 폐기능의 30%를 상실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이지만 정부 판정에서 '관련성 낮음'의 3단계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