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숨이 안 쉬어져’](36) 살균제, 과거 노출의 흔적 지금 찾을 수 있나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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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14:27
[‘엄마, 숨이 안 쉬어져’](36) 살균제, 과거 노출의 흔적 지금 찾을 수 있나
주간경향 2017 5 22
환경에 의한 건강영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출발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노출이 일어난 것은 이미 수년에서 길게는 15년 이상이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기억은 아직 생생해도,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해서 많은 분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유전체역학) 성주헌 교수팀은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방향에서 이런 과거 시점의 노출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epigenetics)이라고 하는 유전자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후성유전학이란? 할머니의 굶주림이 손녀의 건강을 결정한다.
일반적인 유전과는 다른 후성유전이 존재한다는 발견은 여러 연구가 제시했지만, 그 중에는 유전자 분석과는 무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스웨덴의 북동부 작은 지역인 외보칼릭스는 1000여명 내외의 작은 인구가 자급자족하면서 살고 있는 지역으로 수백 년간 마을의 모든 일들에 대한 기록이 지역의 교회에 보존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외부와의 교류가 전혀 없이 고립된 지역이라 그 해의 농사가 먹을거리를 결정하는 지역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카티(Kaati) 박사와 펨브레이(Pembrey) 박사는 이 기록을 통해 풍년과 기근이 건강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분석을 하였습니다.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부모나 본인이 어렸을 때 겪은 기근도 수명과 별다른 관련성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사춘기 직전에 기근을 겪은 남자와 할머니가 사춘기 전에 기근을 겪은 여자의 수명을 분석할 때 굉장히 뚜렷하게 수명이 7년에서 15년까지 단축되는 결과를 보여준 것입니다. 기근을 겪은 시기도 정자와 난자가 형성되는 사춘기 직전의 시기에 겪었던 기근만 뚜렷한 관련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친할아버지가 사춘기 전인 약 8∼12세에 기근을 겪었던 남자의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고 평균수명이 약 7년이나 감소했습니다. 친할머니가 사춘기 전에 기근을 겪은 여자 역시 평균수명이 15년 가까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첫째는 우리의 유전자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런 변화가 대를 이어서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유전체에 변화가 생겨나고 후손들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을 후성유전이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바로 후성유전체에 의한 변화로써 설명이 됩니다.
환경요인은 유전자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흡연자의 경우
흡연도 후천적인 유전자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현재의 유전자를 통해 과거의 흡연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 변화에는 DNA의 변화, DNA와 결합하는 히스톤단백의 변화, RNA의 변화 등이 작용하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DNA의 메틸화 변화에 주목하였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DNA에 메틸기가 결합되는 현상입니다. 메틸기란 가장 단순한 생명원소로서, 영양소의 기본 단위이기도 합니다. 한 번 메틸기가 부착되면 DNA가 복제될 때에도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효소의 작용으로 메틸기가 부착되고, 이렇게 메틸화가 진행되면 우리의 염색체는 더 밀착이 되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방해받게 됩니다.
흡연에 따른 DNA 메틸화 변화의 분석은 가장 활발히 국제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서울대 연구팀도 국제암연구소(IARC)와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며,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해 논문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에 특이적인 변화를 보이는 유전자를 45만개의 부위에서 선별하였습니다. 외국의 연구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위가 10개 정도 발견되었습니다. 필자 등은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 흡연 습관이 불일치하는 약 20쌍을 추가로 분석하였습니다. 쌍둥이는 유전자와 연령이 동일하고 기타 환경이나 생활습관도 매우 유사한 분들입니다.
흡연의 경우 이제 과거의 노출을 후성유전 변화로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라는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타르를 분해하는 유전자 부위에서 명확한 메틸화의 2차 변화가 2014∼2017년 사이에 발표된 모든 국가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또, 금연을 한 지 10∼20년이 된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패턴의 변화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후성유전 변화는 환경적인 노출이 흔적을 새기고 가는 마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현재도 흡연과 후성유전 변화의 연구를 수행 중이며, 이러한 방법론을 가습기 살균제 노출의 흔적을 찾는 데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교훈은 후성유전 지표의 경우 매우 정확도가 높지만, 일부 사람들은 뚜렷한 흡연 이력에도 불구하고 후성유전 변화가 다른 분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표별로는 3∼10%가량이 해당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후성유전 변화는 특이적인 변화 패턴이 발견되면 노출을 확인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지만, 노출력이 있어도 특이한 패턴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출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 변화를 통한 노출 흔적 발굴의 가능성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후성유전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에서도 혈액 중의 후성유전 지표를 통해 노출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과거 노출을 DNA에 새겨진 변화의 흔적을 통해서 찾으려는 노력은 가능성과 함께 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우선 연구진이 생각하는 가능성과 극복해야 할 난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사용기간이 길수록 피해의 정도가 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했던 제품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공통적인 DNA 메틸화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중증 폐손상이 일어날 만큼 인체의 염증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성유전 변화는 10∼20년이 경과한 후에도 DNA에 새겨진 채 지속되기 때문에 변화가 있다면 발굴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85만개의 업그레이드된 전장유전체 분석과 흡연의 분석을 통해 개발, 적용해 온 유전-연령요인 보정 분석방법을 통해 특이적인 부위가 있다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살균제의 종류마다 화학적 성분이 달라서 특이적인 유전자 부위 확인이 흡연 등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증상의 경중이 후성유전 변화와 비례하는지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어떤 분들을 통해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몇 명의 피해자가 참여해야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진행에 따라서는 추가 및 후속연구(확대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유전체역학연구실 성주헌(교수·의학박사), 김은애(박사과정)>
주간경향 2017 5 22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후성유전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에서도 혈액 중의 후성유전 지표를 통해 노출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의한 건강영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출발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노출이 일어난 것은 이미 수년에서 길게는 15년 이상이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기억은 아직 생생해도,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해서 많은 분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유전체역학) 성주헌 교수팀은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방향에서 이런 과거 시점의 노출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epigenetics)이라고 하는 유전자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후성유전학이란? 할머니의 굶주림이 손녀의 건강을 결정한다.
일반적인 유전과는 다른 후성유전이 존재한다는 발견은 여러 연구가 제시했지만, 그 중에는 유전자 분석과는 무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스웨덴의 북동부 작은 지역인 외보칼릭스는 1000여명 내외의 작은 인구가 자급자족하면서 살고 있는 지역으로 수백 년간 마을의 모든 일들에 대한 기록이 지역의 교회에 보존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외부와의 교류가 전혀 없이 고립된 지역이라 그 해의 농사가 먹을거리를 결정하는 지역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카티(Kaati) 박사와 펨브레이(Pembrey) 박사는 이 기록을 통해 풍년과 기근이 건강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분석을 하였습니다.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부모나 본인이 어렸을 때 겪은 기근도 수명과 별다른 관련성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사춘기 직전에 기근을 겪은 남자와 할머니가 사춘기 전에 기근을 겪은 여자의 수명을 분석할 때 굉장히 뚜렷하게 수명이 7년에서 15년까지 단축되는 결과를 보여준 것입니다. 기근을 겪은 시기도 정자와 난자가 형성되는 사춘기 직전의 시기에 겪었던 기근만 뚜렷한 관련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친할아버지가 사춘기 전인 약 8∼12세에 기근을 겪었던 남자의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고 평균수명이 약 7년이나 감소했습니다. 친할머니가 사춘기 전에 기근을 겪은 여자 역시 평균수명이 15년 가까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첫째는 우리의 유전자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런 변화가 대를 이어서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유전체에 변화가 생겨나고 후손들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을 후성유전이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바로 후성유전체에 의한 변화로써 설명이 됩니다.
환경요인은 유전자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흡연자의 경우
흡연도 후천적인 유전자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현재의 유전자를 통해 과거의 흡연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 변화에는 DNA의 변화, DNA와 결합하는 히스톤단백의 변화, RNA의 변화 등이 작용하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DNA의 메틸화 변화에 주목하였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DNA에 메틸기가 결합되는 현상입니다. 메틸기란 가장 단순한 생명원소로서, 영양소의 기본 단위이기도 합니다. 한 번 메틸기가 부착되면 DNA가 복제될 때에도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효소의 작용으로 메틸기가 부착되고, 이렇게 메틸화가 진행되면 우리의 염색체는 더 밀착이 되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방해받게 됩니다.
흡연에 따른 DNA 메틸화 변화의 분석은 가장 활발히 국제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서울대 연구팀도 국제암연구소(IARC)와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며,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해 논문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에 특이적인 변화를 보이는 유전자를 45만개의 부위에서 선별하였습니다. 외국의 연구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위가 10개 정도 발견되었습니다. 필자 등은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 흡연 습관이 불일치하는 약 20쌍을 추가로 분석하였습니다. 쌍둥이는 유전자와 연령이 동일하고 기타 환경이나 생활습관도 매우 유사한 분들입니다.
흡연의 경우 이제 과거의 노출을 후성유전 변화로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라는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타르를 분해하는 유전자 부위에서 명확한 메틸화의 2차 변화가 2014∼2017년 사이에 발표된 모든 국가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또, 금연을 한 지 10∼20년이 된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패턴의 변화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후성유전 변화는 환경적인 노출이 흔적을 새기고 가는 마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현재도 흡연과 후성유전 변화의 연구를 수행 중이며, 이러한 방법론을 가습기 살균제 노출의 흔적을 찾는 데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교훈은 후성유전 지표의 경우 매우 정확도가 높지만, 일부 사람들은 뚜렷한 흡연 이력에도 불구하고 후성유전 변화가 다른 분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표별로는 3∼10%가량이 해당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후성유전 변화는 특이적인 변화 패턴이 발견되면 노출을 확인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지만, 노출력이 있어도 특이한 패턴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출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 변화를 통한 노출 흔적 발굴의 가능성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후성유전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에서도 혈액 중의 후성유전 지표를 통해 노출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과거 노출을 DNA에 새겨진 변화의 흔적을 통해서 찾으려는 노력은 가능성과 함께 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우선 연구진이 생각하는 가능성과 극복해야 할 난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사용기간이 길수록 피해의 정도가 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했던 제품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공통적인 DNA 메틸화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중증 폐손상이 일어날 만큼 인체의 염증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성유전 변화는 10∼20년이 경과한 후에도 DNA에 새겨진 채 지속되기 때문에 변화가 있다면 발굴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85만개의 업그레이드된 전장유전체 분석과 흡연의 분석을 통해 개발, 적용해 온 유전-연령요인 보정 분석방법을 통해 특이적인 부위가 있다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살균제의 종류마다 화학적 성분이 달라서 특이적인 유전자 부위 확인이 흡연 등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증상의 경중이 후성유전 변화와 비례하는지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어떤 분들을 통해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몇 명의 피해자가 참여해야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진행에 따라서는 추가 및 후속연구(확대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향후 조사 수행 계획과 기대 성과
현재 흡연에 의한 후성유전 변화 연구와 이 성과를 가습기 살균제에 적용하기 위한 기반연구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초 연구 및 예비연구의 성격이 강합니다. 즉,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후보 부위를 확인하는 예비연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분들이 연구의 내용과 기대효과 및 한계까지 충분히 이해하신 후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참여하실 때에 비로소 연구가 수행될 수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과 긴밀히 교류하면서 연구를 수행해야 하지만, 과학적인 엄밀설과 중립성을 굳건히 지킬 때에 목표로 하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전체 기반 연구의 특성상, 과학적인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현실에서도 인정받는 결과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학술적으로 입증된 후에도 이것이 현실의 법·제도에서 증거로 채택되어 인정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후손들에게 대물림될지도 모를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입증 책임을 규명하고, 제조업체가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반박하기 위해 연구방법론을 끊임없이 보완해 더 엄밀한 결과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맺음말
이 글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받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연구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또 좀 더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려고 쓴 글이지만, 어렵고 생소한 용어를 다 피하지는 못하였습니다. 후성유전체를 통한 노출평가가 아직은 매우 새로운 분야이며, 또 소개된 대부분의 연구성과들이 아직 학술적인 공인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에 있다는 사정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계의 공인과정이 연구성과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조사사업과 병행되거나 혹은 선행되어야 합니다. 후성유전 지표를 통한 과거 노출평가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문제의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소개를 마칩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유전체역학연구실 성주헌(교수·의학박사), 김은애(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