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쓰고 사망한 남편...정부는 '피해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거리 나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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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쓰고 사망한 남편...정부는 '피해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거리 나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최예용 0 6640
"옥시 쓰고 사망한 남편...정부는 '피해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거리 나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경향 2017 5 1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남편을 잃었지만 정부에선 피해자로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힘으로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습니다. 새 정부가 대기업에 대항할 힘이 돼 주십시오”  

김태윤씨(63)는 옥시 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2011년 남편을 잃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지 5년, 검찰조사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김씨의 남편은 아직 국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용두사미’에 그친 검찰수사와 정부의 지나치게 엄격한 ‘피해인정 기준’ 때문이다. 김씨의 남편은 정부가 폐섬유화를 일으킨다고 인정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고 실제로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 증상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폐영상사진의 ‘간유리음영’ 현상이나 폐섬유화의 급성진행 등 정부가 피해자 인정기준으로 제시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3단계(가능성 낮음)으로 분류됐다. 

김씨는 “(국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 3·4단계 피해자들에겐 지난 5년간 상황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3·4단계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해선 검찰조사도 없었고, 심지어 3·4단계 피해자들은 가해기업으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전면재조사 등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새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날 피해자와 가족들은 그간의 고통을 호소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2010년 아내를 잃은 이종건씨(45)는 “가습기 살균제가 많이 잊혀졌다. 시민들도 ‘다 끝난 것 아니냐’ 하는데 대부분의 다수의 피해자들은 해결된 것이 거의 없이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내가 사망한 후 2013년에야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임을 알고 정부에 신고했다. 판정 결과 ‘1단계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초기 신고하지 않은 이들은 아직까지 옥시 측과 손해배상 관련 조정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씨는 “이 시간들을 버티는 것이 매우 괴롭다”고 했다. 그는 가해기업과 싸우는 과정에서 갑상선암을 앓았고 우울증까지 왔다. 이씨는 “이렇게 나와서 말하는 것조차 주변에서는 좋지 않게 보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발언에 나섰던 또다른 피해자인 왕종현씨도 아내를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잃었지만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피해인정 판정조차 받지 못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를 접수한 이들은 5566명이지만 그중 정부가 피해인정 여부를 가리는 판정은 18%(982명)에 대해서만 진행됐으며 982명 중에서도 피해 인정을 받은 이들은 280명 뿐이다. 지난해 그토록 언론의 조명을 받았어도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사이드 사망사건이자 안방의 세월호 참사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라면서 “20대 국회 첫 국정조사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아뤄지고 피해구제·배상의 길이 일부 마련됐지만 너무나 더디고 제한된 피해 한정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늘고 있으며, 살인기업 옥시레킷벤키저는 뻔뻔스럽게 영업 중이고 원료물질을 개발해 판 SK케미칼은 검찰조사조차 받지 않고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 모든 사태를 방조한 정부는 진상조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은커녕 반성과 책임 인정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족모임과 네트워크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자 대책을 마련해 살인기업과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대책은 대통령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 잘못 인정과 사과, 소비자 제품 화학물질 안전참사를 ‘국가재난’으로 인정(가습기살균제 참사부터 소급지정),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 실시(검찰 및 특별수사기구를 통한 수사), 국회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특별위 재가동, 상한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기업에 대한 형사 책임 강화(업무상 과실치사 형량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옥시레킷벤키저 등의 영업취소, 생활화학제품 제조·판매·유통·폐기 업체의 안전성 평가 의무제 도입, 다국적 기업의 이중기준 적용 급지, 유엔총회와 국제보건기구에 가습기살균제 특별보고서 제출, 피해판정기준 확대(인과관계 입증책임을 기업에 부여), 피해등급제 완화 및 폐지,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한 ‘피해자 찾기’ 추진 등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지난 5년간의 검찰조사는 용두사미에 그쳤고 법원 판결에서 일부 무죄 혹은 석방이 이어지고 있고 옥시의 외국인 사장(존 리)은 무죄를 받기도 했다”면서 “검찰개혁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검찰 내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지난번에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10개가 넘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살인기업’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발표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재조사,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환경범죄이익환수법 제정 추진, 유해물질 알권리 보장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살생물질 함유제품을 별도로 관리하는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 등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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