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짝퉁 관리’도 벅찬 관세청···해외직구 안전 감당할 수 있나
‘짝퉁 관리’도 벅찬 관세청···해외직구 안전 감당할 수 있나
반입 금지 품목 구매시 통관 보류
정부는 소비자가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특정 물품이 정부가 지정한 판매 금지 물품으로 확인되면 통관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관세청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후 모니터링·위해성 검사 등을 통해 유해성이 확인된 어린이제품, 전기·생활용품 등에 대해 소관 부처의 반입 차단 요청이 있을 경우 관세법에 근거해 통관을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해외 직구 플랫폼에서 파는 80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 조사에 돌입한다. 조사 결과 유해물질 등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의 반입을 금지한다. 조사대상 80개 품목은 유아차·완구 등 어린이 제품 34개와 전기 온수 매트·전기 욕조 등 34개 전기·생활용품, 가습기 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다.
만약 소비자가 금지 물품을 구매해 통관이 보류되면 별도의 환불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24’ 온라인 사이트 등에 금지 물품 목록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가 정부 사이트에서 발암물질 검출 여부까지 사전에 검색해 해외 직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해외 결제를 마치고도 상품을 받아보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사전 판매 차단보다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더지 잡기식’ 플랫폼 자율 규제의 한계
정부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직구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관세청은 유해 성분이 검출된 물품이나 ‘짝퉁’에 대해 해당 플랫폼에 판매 중지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관세청은 올 1분기 적발한 1586건의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에 대해 해당 해외직구 플랫폼에 판매페이지 차단을 요청했다. 관세청은 실제로 해당 페이지 전체가 차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불법·유해 상품 판매자가 판매 사이트 주소(URL)만 바꿔 해당 플랫폼 내 다른 페이지를 개설하면 여전히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은 상품 바코드 등으로 상품을 식별하기에, 판매자가 플랫폼 내 다른 페이지를 개설해 (다른 바코드를 받아) 같은 물품을 팔면 통관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해 상품 판매자 퇴출 조치를 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직구 증가로 관세청 업무 이미 마비 수준
289명에 불과한 전국 세관의 해외 직구 물품 검사인력이 연간 1억 건이 넘는 해외직구 물품 전체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만 해외 직구 건수는 1억3144만3000건이다. 이 중 중국발 직구 규모는 8881만5000건으로 68%를 차지했다. 중국발 직구 규모는 2020년 2748만3000건에서 2021년 4395만4000건, 2022년 5215만4000건 등 해마다 늘고 있다.
해외 직구 증가 비율 대비 관세청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만 담당하는 평택세관 특송통관과의 세관 직원은 34명에 불과하다. 평택세관에서 지난해 처리한 물품 통관 건수는 3975만2000건이다. 근무일(310일) 기준 직원 1명이 하루에 약 3771건을 처리해야 한다. 관세청은 ‘짝퉁’ 물품을 관리하기도 버거운 처지다. 지난해 관세청에 적발된 중국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6만5000건으로 전년(6만건)보다 8.3% 늘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교훈이 있는데 정부의 사후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사전 안전 인증 책임을 강화하고 사후 조치도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