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총선 직전 세상 떠난 '피해자'가 있습니다
▲ 지난 22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서영철(66)씨의 당부가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고 김복희씨를 추모하기 위해 함께했다. | |
ⓒ 강홍구 |
"제가 참 오기 싫은 자리였습니다. 이제 다음은 내 차례일까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저도 언제 저쪽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겁도 나고 우울함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만약에 1854번째의 사망자가 된다면 저를 위해서도 이런 추모행사를 열어주십시오. 새로 들어서는 국회는 부디 제 억울함과 한 맺힌 이 심정을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22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서영철(66)씨의 당부가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서영철씨는 해군에 방산물자를 납품하는 사업체를 운영했다. 3대 병역 명문가라는 자부심과 함께 국민으로서 할 일을 다했고, 양심에 걸릴 일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2007년부터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그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2009년부터 가빠진 호흡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인 야구클럽에서 활동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던 그였지만 더 이상 참여할 수 없었다. 호흡기 질환은 악화됐고, 2011년이 되자 폐기능은 30%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1853번째 피해자가 별이 됐다. 총선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6일 또 한명의 피해자가 영면했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고 김복희씨를 추모하기 위해 함께했다. 이들은 여의도 옥시한국지사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롭게 들어설 22대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에 거주하던 고 김복희씨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 그리고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다가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발병해 투병을 이어왔다.
2013년부터 이어진 투병중에 호흡곤란 발작으로 총 7번 입원치료를 받았다. 혼자 힘만으로는 재활이 어려운 상태로, 간병 초고도 등급을 받았다. 11년간 중증 천식으로 병원과 집을 오가다가 2024년 4월 6일 새벽 4시에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이 환경을 지키고 건강하게 사는 공동체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1970년부터 시작됐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가 계기가 됐고, 이제는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날이 됐다.
국내 최악의 생활화학제품 참사인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의제가 실종됐고, 생명안전에 관한 이슈도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추상적인 민생이라는 단어만 나부끼는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포털에 따르면 피해구제 신청자는 7923명. 이중 1853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5727명이다. 피해자들의 관심이 다시 국회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