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가습기살균제와 '폐암 연관성' 인정하라"…정부 심사 중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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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9 07:23
"가습기살균제와 '폐암 연관성' 인정하라"…
정부 심사 중
뉴시스 2023.9.5
환경부, 2시부터 피해구제위원회 열고 심사
피해자들 "현재 개별심사 방식 2~3년 걸려"
"폐암 환자도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해야"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폐암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으로 인정하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일 오후 2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폐암이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폐암도 신속심사 대상질환으로 지정해 달라"고 밝혔다.
현재 피해구제법상 심사절차는 '1단계 신속심사→ 2단계 개별심사'로 이뤄져 있다. 환경부가 폐암을 신속심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개별심사로만 진행해 심사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이들은 "이미 200건이 넘는 폐암 임상사례가 있고, 정부가 지원한 동물 실험과 폐세포 독성실험에서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암 발병이 확인되고 있다"며 "폐암의 신속심사 인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 논의를 계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을 앓고 있는 환자와 유족들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모은주씨는 "2007년부터 애경 가습기살균제를 쓰기 시작해 논란이 된 2011년까지 쭉 사용했다. 2020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연락이 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폐에서 결절이 발견됐다. 작년 5월 결국 폐암에 확진돼 폐 부분절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신고를 접수하려 했는데 개별 심사로 분류돼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하더라. 몸이 안 좋은 상태로 각 병원을 돌면서 치료를 받다보니 아직 신고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며 "저 같은 숨은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폐암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으로 인정하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기자회견에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인 모습. 2023.08.31. myjs@newsis.com
김씨와 자녀 3명은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폐암으로 사망한 부인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유족 이명순씨는 "남편이 2010년 폐암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2015년 폐암이 재발해 2019년에 돌아가셨다"며 "2005년부터 6년 동안 애경과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2018년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를 했지만 폐암은 인정되지 않고 기관지확장증만 인정받아 치료비 92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이런 제품들을 팔게 허락해 놓고 환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면 너무 무심하다"며 "10여년 간 기다린 많은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21년 형을 잃은 김종제씨는 "오늘 피해구제위원회에서 또 피해 인정을 늦춘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절망을 느낄 것"이라며 "계속 진정을 내며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고 폐암 피해구제 개시 여부를 논의 중이다. 결과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산모 4명이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후 신고된 사망자만 1700명이 넘는다.
제품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한 기업과 이를 허가해준 정부 관계자 일부가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피해 구제 최종안이 나왔지만, 옥시와 애경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배·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정부는 가해기업들로부터 1250억원을 거둬들여 마련한 피해구제기금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인정범위를 두고 피해자와 정부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는 폐암까지 인정하면 피해구제기금이 너무 빨리 고갈된다는 입장인데, 현 피해구제법상 기금이 고갈되면 기업에서 다시 걷도록 돼 있다"며 "정부가 기업 걱정을 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환경부의 결과 발표에 따라 별도 입장문을 내놓을 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