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중금속 중독, 추락, 폭발... '죽음의 공장'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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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중금속 중독, 추락, 폭발... '죽음의 공장'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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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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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에서 6년 9개월 동안 일을 하다가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습니다. 사람이 마시면 안 되는 김(발암 수증기)을 마시며 일했습니다. 토요일에도 사람이 죽었는데, 회사나 지자체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진현철씨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아래 석포제련소)에서 근무하던 하청노동자가 비소 중독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가운데 석포제련소 전직 노동자와 인근 거주 주민,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석포제련소는 공장 내에서는 노동자가 죽고 다치고 죽을병에 걸리고, 공장 밖으로는 오염물질이 공기 중과 하천으로 내보내져 산의 수목이 고사하고 낙동강을 따라 오염물질 켜켜이 쌓이는 죽음의 공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향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문제에 대해 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 "법원이 인정한 백혈병 산업재해 노동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경북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석포제련소 60대 하청노동자 A씨는 공장 설비 교체 작업을 진행했고, 다음 날 새벽 숨이 차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으나 9일 오후 사망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에서 고농도의 비소가 검출돼 작업 도중 유독가스에 장시간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기사: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60대 하청노동자 사망... 비소 중독 추정 https://omn.kr/26pid)

"석포제련소 내버려두면 얼마나 죽을지 몰라... 문 닫아야"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석포제련소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약 6년 9개월동안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진현철(72)씨가 발언하고 있다.
▲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석포제련소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약 6년 9개월동안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진현철(72)씨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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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석포제련소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약 6년 9개월(2011년 1~7월 제외) 동안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진현철(72)씨가 직접 증언했다.

진씨는 "석포제련소 주변은 산에 있는 나무가 다 죽을 정도"라며 "그곳에서 김(발암 수증기)을 마시며 일했다. (발암 수증기) 냄새도 심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지독해서 작업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석포제련소를 내버려두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 그런 환경에서 작업하며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고 죽는데도 (책임을) 부인하기만 하는 회사는 하루속히 문을 닫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씨는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인 동진기업·신창기업 소속으로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용액의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는 일과 작업장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 2017년에는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6월 질병과 업무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1심 법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8일 항소해 법정 다툼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관련기사: [단독] 제련소 하청 노동자 백혈병, 첫 산재 인정 https://omn.kr/26jit)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영풍 석포제련소 공장과 황폐화된 주변 산과 나무 사진을 보며 환경오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영풍 석포제련소 공장과 황폐화된 주변 산과 나무 사진을 보며 환경오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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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를 추적해 온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안동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50여 년 동안 낙동강 최상류에서 아연 제련을 하며 나오는 카드뮴, 납, 비소 등 중금속을 낙동강으로 유출해 왔다. 주변 산림은 황폐해졌고,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건강은 말이 아니었다"면서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들여 관련 연구조사를 했는데 낙동강 하류에서 검출된 카드뮴, 아연 등의 95.8%가 영풍 석포제련소의 책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 1997년 이후 지금까지 8건, 총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석포제련소는 세간의 이목을 받지 않았고, 근로환경 개선이나 법적인 보완 조치가 없었다"면서 "영풍 공화국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가 통합환경허가(조건부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해주고, 정치인과 지자체가 비호해주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더 이상 석포제련소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고 낙동강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폐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포제련소는 대형서점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영풍그룹의 아연 제련소다. 2018년에는 공장 폐수 70톤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해 20일 조업정지를 당했다. 2019년엔 공장 안 토양에 폐수 0.5톤을 유출했고, 인근 하천에서는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또, 같은 해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대기오염물질 농도 측정자료 1800여 건을 조작했다. 2021년엔 낙동강 최상류에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수년간 불법 배출해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받았다.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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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날 기자회견 주최 단체에서 공개한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고 일지'.

1997년: ▲ 이모씨(조액팀 용접업무), 유모씨(조액팀 현장조장 15년 이상 근무) 간장질환으로 퇴직후 사망, ▲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 차량운전자 김씨 사망. 봉화 소천면 고선리 31번 국도

2001년: ▲ 카드뮴 중독 노동자 최재환, 경북대 병원에서 사망

2002년: ▲ 침전저류조 바지선 폭발사고로 유종용(66세)씨 등 4명 사망, 김인하(43세)씨 중상, ▲ 오승렬씨 냉각탑 청소 중 추락사(안전끈 미지급, 냉각탑 밑 그물망 없었음)

2010년: ▲ 주조1공장에서 추락 사고

2017년: ▲ 황산 탱크로리 전복사고 차량 운전자 이모(55세)씨 사망. 영월 김삿갓휴게소

2018년: ▲ 침전물 작업 근로자 사망 사고

2023년: ▲ 모터교체 작업 근로자 비소중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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