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in] 외롭고, 슬프고, 눈물나는 '암흑의 재난'... 가습기 참사
인천 피해 신고자 545명, 이중 26%, 141명 사망
인천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다큐 영화 [숨;X] 상영회가 5일 오후 7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주최로 열렸다.
이날 상영회에서는 다큐 두편이 상영됐다. 먼저 살균제의 참사의 당사자이자 또한 2차 피해자인 김자현씨는 '잠든 아기가 어느 날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있어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시작됐다'며 그날의 고통스런 삶들을 이야기했다.
이어 97년부터 15년간 옥시싹싹을 사용하다 폐 섬유화 증상으로 고통받은 김응익씨의 모습이 담긴 단편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김씨는 2020년 폐이식을 받아 간신이 살아났지만 2021년 11월 합병증으로 숨졌다. 영상에는 21년 8월 17일 SK서린 빌딩 앞에서 항의하던 김응익씨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다큐 상영이 끝나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 6명의 발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피해자들은 ‘국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들이나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 피해자는 "10년이 넘게 지나면서 아이에서 성인이 된 피해자도 있는데 아무런 복지 대책도 없고 사회적 관심도 점점 떨어져간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다큐 [숨;X]의 류이 감독은 "세월호는 국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다 보고 관심도 집중됐으나, 가습기 참사는 피해자(사용자)만 전국에 894만명에 이르는데, 모두 개개인이 가정, 병원에서 당해 외롭고, 슬프고,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참사"라고 개탄했다. 류이 감독은 이를 '암흑의 재난'이라고 명명했다
류이 감독은 또 "정부나 가해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내가 죄인이요’하면 좀 나을텐데 국가 기관 모두 ‘나는 상관없으니 기업하고 해결해’라며 내빼고 있고, 기업은 아직도 '우리 제품은 사람한데 해가 없다'라고 법원에서 강변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법원 판결 기다리겠다며 피해간다"고 말했다.
이에 "세월호는 거대 미디어가 다루었는데, 가습기 참사는 미디어가 안 다루니까 해결이 안되고 피해자들도 어찌할 지 모르고 힘들어한다. 미디어가 문제다"라고 말하고 시민들이라도 이 사실을 잘 알려야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큐 [숨;X]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류이 감독은 ‘2021년 SK가 무죄판결이 났다고 했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피해자를 찾아가 얘기를 듣다보니 점점 관심이 생겼고 기록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30명의 심층인터뷰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100여명이 넘었다. 피해자들을 만나며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해결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하여 가해기업 중 SK, 애경, 이마트에 대한 2심 형사재판이 진행중이고 내년 1월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전체 가습기 살균제 판매 제품의 절반 가량을 제조 판매 했고 피해자도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2021년 초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후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2심 재판에서 새로운 증거가 채틱되는 등의 진전이 있었다고 다큐 관계자는 밝혔다. 피해자들과 환경시민단체들은 ‘SK’, 애경, 이마트 유죄다’ 라는 슬로건으로 사회각계의 탄원서를 조직해 재판부에 제출하는 캠페인을 전개중이다.
한편 인천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545명으로 이중 26%, 141명은 사망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연수가 118명으로 가장 많고, 서구 104명, 남동구 98명, 부평구 83명의 순서다. 신고자 중 피해구제법 인정자는 345명, 이중 사망 95명, 생존 250명이다.
최근 논란이 된 폐암환자는 인천 13명(이중 7명은 사망)이며, 지난 6년간 인천지역 피해신고자 235명 늘어났다.
한편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 ‘인천지역 가습기살 균제 피해조사’에 의하면 인천시 전체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509,063명으로 추산되고 이중 건강 피해자는 54,224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