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 숨을 빼앗긴 사람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다큐 ‘숨;X’ 상영회
숨을 빼앗긴 사람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다큐 ‘숨;X’ 상영회
"나한테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이가 아팠던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을 많이 했다."
인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자현 씨는 아이의 침대 머리맡에 가습기를 켜놓고 아이를 재우기 위해 토닥였다. 김 씨는 그날따라 이상하게 기침을 했고 아이는 누워서 찡그린 채 버둥거렸다.
김 씨는 가습기가 낯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가습기를 계속 사용했다. 어느 순간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고 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아무도 아이의 호흡기 질환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렇게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2만여 명이 사망하고 893만여 명의 피해자를 낳은 대참사가 벌어졌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주최로 다큐 ‘숨;X’ 상영회를 진행했다.
이날 상영회에 모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SK, 애경, 이마트의 유죄를 주장하며 국민들의 관심과 피해자들의 규합을 강조했다.
인천에 사는 한 피해자는 "인천에서만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자가 5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피해 사망자가 141명이지만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며 "힘든 상황일수록 피해자들끼리 갈라지지 않고 모여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상황이 모두 다르고 피해자 단체도 너무 많은 상황이라 피해자들끼리도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에 관한 소송 1심에서 SK, 애경, 이마트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2심 판결은 내년 1월 11일 선고된다.
다큐를 제작한 류이 감독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안방에서 벌어진 ‘암흑의 재난’이라 다른 참사들과 비교했을 때 관심을 받기 힘들었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해결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인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50만 9천63명, 건강 피해자는 5만 5천224명으로 추정했으며 인천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자는 545명이고 이중 피해사망자는 26%인 141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