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산과 어우러진 갯벌은 세계적으로 드물어… 백두대간처럼 보존을”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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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6 13:44
“산과 어우러진 갯벌은 세계적으로 드물어… 백두대간처럼 보존을”
경향신문 2015년 4월6일자
글·사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ㆍ남북한·중의 황해·발해만 갯벌 1만8340㎢로 세계 최대 규모
ㆍ정부 주도 대규모 간척사업 탓 빠른 속도로 본래 모습 잃어가
ㆍ보호법 만들어 통합관리 않으면 세계 5대 서남해안 갯벌 황폐화
바닷물은 오래전에 빠져나갔다.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 무인도 목섬과 연결된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의 갯벌은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만조 때 작은 외딴섬이 되는 목섬은 물이 빠지면 이렇게 600~700m의 길고 넓은 모래갯벌이 드러나며 육지와 손을 잡았다.
선재도와 목섬의 갯벌을 함께 둘러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고철환 명예교수는 “바다에 가고 싶어 하는 지인들이 있으면 이곳에 함께 오곤 한다”며 “선재도의 갯벌은 모래와 개흙이 섞여 있고, 물이 살짝 고여 있는 전형적인 한국 서남해안의 갯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흔히 갯벌 하면 개흙만으로 이뤄진 곳을 생각하기 쉬운데 국내에선 펄로만 이뤄진 갯벌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과 바다가 가까이 어우러져 경관적 가치가 빼어난 것도 한국 서남해안 갯벌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부분 평지 주변에 형성되는 외국 갯벌과 다른 점이라고 했다. 물이 차고 빠질 때마다 출몰하는 선재도 갯벌은 미국 CNN방송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곳’ 중 첫번째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모세가 홍해를 가른 성서 속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더 과학적이고 이치에 맞는 곳”이라는 호평이 붙었다.
ㆍ정부 주도 대규모 간척사업 탓 빠른 속도로 본래 모습 잃어가
ㆍ보호법 만들어 통합관리 않으면 세계 5대 서남해안 갯벌 황폐화
바닷물은 오래전에 빠져나갔다.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 무인도 목섬과 연결된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의 갯벌은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만조 때 작은 외딴섬이 되는 목섬은 물이 빠지면 이렇게 600~700m의 길고 넓은 모래갯벌이 드러나며 육지와 손을 잡았다.
선재도와 목섬의 갯벌을 함께 둘러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고철환 명예교수는 “바다에 가고 싶어 하는 지인들이 있으면 이곳에 함께 오곤 한다”며 “선재도의 갯벌은 모래와 개흙이 섞여 있고, 물이 살짝 고여 있는 전형적인 한국 서남해안의 갯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흔히 갯벌 하면 개흙만으로 이뤄진 곳을 생각하기 쉬운데 국내에선 펄로만 이뤄진 갯벌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과 바다가 가까이 어우러져 경관적 가치가 빼어난 것도 한국 서남해안 갯벌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부분 평지 주변에 형성되는 외국 갯벌과 다른 점이라고 했다. 물이 차고 빠질 때마다 출몰하는 선재도 갯벌은 미국 CNN방송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곳’ 중 첫번째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모세가 홍해를 가른 성서 속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더 과학적이고 이치에 맞는 곳”이라는 호평이 붙었다.
선재도 갯벌은 바닷가로부터 2~3㎞까지 바닷물이 빠진다. 하지만 넓이로만 치면 큰 갯벌에 속하지는 않는다.
국내에는 간조 때면 4~5㎞씩 물이 빠져나가는 갯벌도 흔하다. 고 교수는 “새만금에서는 10~15㎞씩 바닷물이 빠지는 곳도 있었다”며 “잘 관리된 갯벌로 유명한 유럽 와덴해는 갯벌이 보이는 곳이 최대 3~4㎞ 정도”라고 말했다. 와덴해는 독일·덴마크·네덜란드에 걸쳐 있는 바다를 말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발간된 국제학술지 ‘해양-연안관리(Ocean and Coast Management)’의 한국 갯벌 특별호를 보면 한국·북한·중국의 황해와 보하이(渤海·발해)의 갯벌을 합한 면적은 1만8340㎢로 파악됐다. 와덴해 갯벌 4700㎢의 4배에 가깝다. 고 교수는 “황해 갯벌 면적은 세계 최대 규모”라며 “이렇게 광대한 갯벌이 형성된 것은 황해와 주변 지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만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현재도 황해에서는 조류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바다의 테두리’라 할 수 있는 한국·북한·중국 해안에 모래흙과 펄을 옮겨놓고 있다. 황해로 흘러들어온 바닷물이 품고 있던 입자들을 쏟아내고, 한국·중국의 강에서 쓸려온 모래흙이 하구에 쌓여 갯벌을 만드는 구조다. 결국 반폐쇄성의 만 구조를 갖고 있는 황해에 한국에서 한강·금강·영산강, 북한에서 대동강·압록강, 중국에서 창장(長江·양쯔강)·황허(黃河)와 같이 큰 강이 흘러내리는 지형이 오랜 기간 세계 최대의 갯벌을 구축해놓은 셈이다. 고 교수는 “조석 차이가 인천은 9m, 목포는 5m가량 차이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이 들어오고 다시 나가는 것도 넓은 면적의 갯벌이 드러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광대한 갯벌은 숱한 저서생물과 조개류가 살아가는 터전이다. 물이 살짝 고여 있던 선재도 갯벌의 모래와 개흙에도 갯지렁이가 들어앉아 있는 구멍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뚫려 있었다. 먹잇감을 찾는 새들도 갯벌 여기저기를 쉼없이 날아다녔다.
한국의 서남해안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나머지 4곳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강 유역이다.
하지만 국제적 주목도가 높은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은 현재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서남해안에서도 생물다양성이 높은 시화호와 새만금 갯벌 등이 파괴돼 도래하는 철새 숫자가 급감했다. 인천에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갯벌을 메운 간척지와 갯벌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이제는 간척지가 더 많아 보일 정도다.
법적으로 ‘공유수면’이라고 구분짓는 갯벌의 사유화는 국민들로부터 갯벌을 빼앗아가는 결과마저 낳고 있다.
고 교수는 “모두의 바다이자 갯벌이었던 곳을 정부 부처나 기업에서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받아 간척지로 만들면 국민들이 맘대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공기업 소유 땅이 된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새만금 간척지는 출입이 통제된 채 기업들이 분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제동을 걸어 개발이 중단된 가로림만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서부발전이 만든 가로림조력발전(주)의 손에 넘어갈 뻔했다.
고 교수는 “갯벌은 바다의 백두대간처럼 소중하다”며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보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남해안 전체를 ‘갯벌바다(getbeol sea)’로 명명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서남해안 전체가 보호구역이 된다고 하면 꿈같은 얘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면서도 “어민들의 일상적인 어업활동과 생계형 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개발은 허용하되 국가 주도의 대규모 간척사업은 금지하는 방안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지의 백두대간을 보호하기 위해 백두대간보전법을 만들었듯이 ‘한국갯벌보호법’을 만들어 갯벌과 주변 해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