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1,725번째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망 신고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보도자료 2021년 11월22일자
폐이식 받은 생명까지 죽음으로 몰아간 가습기살균제
가습기살균제 참사1,725번째 사망 신고자는
폐이식후 1년5개월만인 11월21일 운명한 김응익씨
11월 23일 화요일 오전11시~오후1시 고 김응익씨 운구차가
서울시내 SK, 옥시, 배보상조정위원회 및 정부종합청사 등을 방문해
다른 피해자들 및 시민환경단체 회원들과 가해기업의 처벌과 즉각적인 배보상
및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추모행사를 가질 예정
<사진, 2021년 8월17일 서울 종로1가 SK본사 앞에서 신속하고 정당한 피해배상을 촉구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 김응익씨>
11월21일 일요일 새벽 1시16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신고자중1,725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에 사는 김응익씨가 세브란스병원에서 투병끝에 부인과 두 아들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든 삶을 마감했다.부인 권모씨는 “2020년6월 폐이식 직후에 매우 경과가 좋아서 거리에 나가서 다른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리를 위한 활동에 나서겠다고 좋아하셨다.그런데 곧 나빠져서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고 올해 6월에는 위암까지 진단받아 호흡곤란을 겪는 와중에 힘든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주 입원중에 집에 가고 싶다고 하여 잠시 왔다가 너무 힘들어해서 새벽에 겨우 병원으로 옮겼는데 3일간 버티다가 돌아가셨다”라며 울먹였다. 첫째 아들 김덕규씨는 “폐이식 한 수술부위가 가슴위로 선명하고, 호흡하지 못하고 통증으로 엄청 힘들어하시면서 운명하시는 모습이 처참했다, 도저히 눈뜨고 지켜보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에 의해 가동되는 정부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에 신고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망자는2021년 10월 31일까지1,724명이다. 전체 피해신고자 7,598명중 사망자는 22.7%로 신고자 10명중 2-3명이 사망자다.
<사진, 고 김응익씨가 사용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제품의 라벨, ‘어린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고 김응익씨는 1957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64세다. 가습기살균제 제품 출시 초기인 1997년부터2011년 이후까지15년이상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다. 부인 권모씨는 “옥시제품을 좋아해서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늘 사다 썼다. 빨간색 뚜껑으로 가운데를 누르면 일정량이 올라가서 뚜껑에 일정량이 담기는데 그걸 가습기 물통에 넣곤 했다. 가습기를 여러대 놓고 거실과 침실 곳곳에 틀어놓았다.”라고 말했다.
2011년 이후 류머티스로 아프기 시작해서 뇌경색이 왔고 폐섬유화를 동반한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을 자주 다니기 시작했지만 가습기살균제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부인 최모씨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알려졌다지만 우리는 그때 몰랐다. 그래서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김응익씨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언론에서 크게 다룰때에 가서야 피해신고를 했다. 하지만 폐손상 판정결과는4단계, ‘관계없음’이란 의미의 불인정이었다. 재검사를 요구했지만 2019년 12월 같은 결과인 ‘불인정’이었다.
그 사이에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제정되어 가해기업들과 정부가 낸 기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2018년 11월 김응익씨는 ‘구제계정인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식 피해자는 아니지만 기업기금에서 지원하는 조건에 해당된다는 애매한 내용이었다. 2014년 첫 정부 판정시에‘폐섬유화를 동반한 폐손상’만을 그것도 매우 엄격하고 좁은 인정기준으로 판정하던 정부가 특별법 제정이후 인정질환을 조금씩 늘려갔는데 김응익씨는 2018년‘성인간질성폐질환’과 ‘기관지확장증’ 두가지 질환으로 기업기금 지원대상이 되었고 2020년에는 특별법 개정으로 정식 피해자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이후 오늘 운명하는 날까지 가해기업이나 정부로부터 단 한푼의 배보상을 받지 못했다.
2018년부터 겨우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김응익씨의 건강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2020년 6월에는 폐이식을 받아야했다. 폐가 망가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마지막 순서였다. 폐이식 직후 김응익씨는 매우 밝은 목소리로 지인들에게 전화하며 “숨쉬기가 너무 좋다. 왜 진작에 폐이식을 안했는지 모르겠다. 병원에서 폐이식을 권하면 꼭 수술을 받으라고 다른 피해자들에게 권고하겠다”라고 좋아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김응익씨는 폐이식 합병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다시 건강이 나빠져갔다. 2021년 6월에는 위암까지 진단받았다. 3기였다. 호흡곤란을 겪는 김응익씨는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중에는 폐암 등 암환자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암발병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 김응익씨와 같이 가습기살균제 사용피해로 폐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던 피해자들은 신고된 사례만 40명이 넘는다. 이중 김응익씨와 같이 폐이식 이후에도 고통받다 사망한 경우가 여럿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 2015년과 2019년 두번이나 폐이식을 받은 배구선수 출신 안은주씨의 경우 만 3년이 넘도록 입원중이지만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삶의 기로에 서 있다.
<사진, 2021년 8월17일 서울 종로1가 SK본사 앞에서 웃옷을 벗고 폐이식 수술부위의 상처를 보여주며 신속하고 정당한 피해배상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 김응익씨>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이 처음으로 제품을 출시한 이후 2011년까지 18년간 옥시, 애경, LG,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삼성과 테스코), GS, 다이소, 헨켈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유사한 액상제품을 개발해 최소 43종류 998만개이상 판매했다. 그러나 첫 제품을 개발한 SK케미칼은 물론이고 이후 PB제품 등의 카피제품을 출시한 모든 기업들이 단 한번도 제대로 제품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2019년 사회적참사특조위가 전국규모의 피해정밀조사를 한 결과, 제품사용경험자가 894만명이고 건강피해경험자가 95만명, 이중 사망자는 20,366명으로 추산되었다. 여기에 오늘 김응익씨의 사망사례가 추가되었다…
2021년 8월초 김응익씨는 전화로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다. SK앞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나가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2021년 초 법원이 SK, 애경, 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들의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해 2016년 이후 여론이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고 있었고, 8월31일로 참사 10주년을 맞는 시기였다. 8월17일 SK서린빌딩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휠체어를 타고 온 김응익씨는 웃옷을 벗어 폐이식 수술부위를 보여주며 자신의 피해를 온몸으로 호소했다. “문재인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약속한지 4년이 넘었다. 임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려고 이러느냐. 피해자들이 10년이나 고통받고 있다. 제발 적극적으로 해결해달라. 참사 10주년인 8월31일때까지 배보상문제를 해결해달라. 나는 얼마 못산다. 살아있을때 해결되는 걸 보고싶다.”라고 울부짓었다.
<사진, 2021년 11월21일 고 김응익씨의 영정, 경기도 포천 장례식장>
지난달 10월27일, 김응익씨의 둘째아들 김현규씨가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찾았다.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자전거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집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초등학교때 현규씨는 천식을 앓았다. “아버지가 병을 오래 앓아서 집안이 어려웠다. 학교 다니는 것도 어려웠다. 가습기살균제가 우리 집을 망쳐놓았다. 아버지도 나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다.”라고 했다. 가습기살균제로 부인을 잃은 유족 조병렬, 김태종 그리고 서울대 백도명 교수 등과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옥시, 마포 헨켈, 합정동 홈플러스와 홍대입구 애경 본사까지 20여km를 자전거로 이동하며 가해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고 김응익씨가 소망했던 참사 10주기까지의 배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업들의 배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발족되었지만 언제 배보상안이 나와 피해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배보상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실정이다. 전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사망자만 2만명이 넘지만 10명중 1명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가동되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내 뒷짐지고 외면했고 급기야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기능을 없애버렸다. 조사대상 1호인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끝났으니 특조위 연장 필요없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러한 상황을 주도한 당시 민주당 정책위원장이 현재 환경부 장관인 한정애다.
고 김응익씨 유족들은 3일장을 마치는 11월23일 장지인 서산으로 가기 전 김응익씨 영정과 유해를 안고 서울시내 SK, 옥시, 배보상조정위원회 그리고 정부종합청사를 들러 생전의 김응익씨가 전하고자 했던 한맺힌 메시지를 전하기로 결정했다.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내용문의;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010-3458-7488)